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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밴드들이 모두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여기이다.
60년대 미군부대 근처에서 시작됐던 락밴드라는 개념이 70년대에는 종로에서, 80년대 전국으로 뿔뿔히 흩어졌다가 90년대에 다시 만난곳. 이제 홍대앞을 서성이다 보면 우리의 밴드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90년 중반부터 홍대앞에서는 새로운 문화의 한 형태로 클럽이 만들어 진다. 물론 외국에서 들어온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고, 지금도 이곳은 클럽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위치한 클럽들은 밴드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펑크음악이 주를 이루는 클럽, 정통 Heavy Metal성향의 클럽, 하드코어를 중심으로 하는 클럽, 퍼포먼스 형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지는 클럽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클럽의 대부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프리버드’라는 클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클럽들이 한 가지 색채를 강하게 내고 있는 반면, 이곳은 그 색깔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곳이다.
클럽들에서 시작된 음악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Punk음악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초반까지 강세를 보인 정통 Heavy Metal, Blues, Hardcore등 우리나라 밴들들이 가진 모든 색깔들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내는 밴드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국내 밴드들이 음악을 시작하기 까지는
지금 홍대앞에서 만날 수 있는 밴드들은 다양하다. 80년대 국내 Rock씬에서활동했던 굵직한 밴드들은 물론 이제 90년대에 새로 만들어진 새내기 밴드들, 그리고 8·90년대 지방에서 활동하던 밴드 등 거의 모든 밴드들이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이다. 국내 밴드들이 음악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이렇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다가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음악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은 대부분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스쿨밴드 형태로 시작된다.
스쿨밴드에서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야말로 취미수준에서 멈추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른 길을 찾아가지만, 평생동안 음악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이제 본격적인 직업으로서 음악을 선택하고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새로운 팀을 만들거나 그런 팀의 한 멤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홍대앞의 클럽들이 생기기 전에 국내 밴드들은 지방의 여러 곳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로 접어든 뮤지션이라면 거의 서울(이제는 홍대 앞 클럽가가 그곳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로 옮겨오는 추세이다. 이렇게 음악을 선택한 사람들은 클럽이나 학교축제 등 여러공연 무대에 서면서, 자신들만의 곡을 만들어 앨범을 내고, 그 다음 오버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런 전형적인 경로로 음악을 시작했고, 지금은 홍대 앞의 클럽 ‘프리버드’에서 영향력 있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짱이’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우리나라의 Rock음악계에서 강세를 보였던 정통Heavy Metal에 기초를 두지만 듣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이다. ‘배짱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을 통해 밴드들의 모습을 보자.
‘배짱이’로 태어나다
이들은 전형적인 코스로 음악을 시작한 경우이다. 보컬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보컬의 경우도 대학교 스쿨밴드를 처음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경우이다. 스쿨밴드의 형태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택하는 사람들은 이제 다시 아마추어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밴드를 만들게 된다.
이 팀의 경우 보컬 김동규와 기타 이현수가 만나 ‘시한부’라는 밴드로 활동을 했었고, 같은 연습실을 쓰던 (※ 자신들만의 연습실은 가지고 있는 밴드는 흔하지 않다. 연습실 임대료,관리비 등을 자신들이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팀이 한 연습실을 같이 빌려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팀의 드러머 였던 한희덕을 만나게 된다.
연습 파트너로 같이 연습만 해주던 그가 이들과 뜻이 맞아 팀의 드러머로 들어오게 됐고, 역시 다른 팀에서 활동하던 드러머의 친구 베이스 김종호를 만나게 되면서 팀의 모양새가 갖추어 졌다. 이후에 키보드 김민식을 만나게 되면서 지금의 라인업으로 ‘배짱이’가 만들어진다. 아마추어 밴드가 아닌 ‘배짱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개미에게…’
모두 나를 미워했지. 내가 너무 게으르다고.
난 단지 널 위해 노랠 한 것 뿐인데…
하지만 난 알고 있어. 내 노랠 좋아하는 널. 난 기억해.
너를 위해서… 힘겨운 날 나의 겨울날이.
너를 위해서… 힘겨운 나의 내 노래가.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배짱이’의 곡 <개미에게>의 일부….)
클럽에서 공연하는 밴드들 – 앨범발매 여부와 관계없이 – 은 모두 경제적인 부분들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의 어려움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좋아서?! 그래 그냥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노래에서도 나오듯이 그들의 음악은 개미들(그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표현)을 위한 것이니까.
지금 밴드들은 클럽이라는 공간에 국한된 채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클럽이라는 독특한 공간은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같이 만들어 가야만 하는 곳이다. 밴드들이 있을 수 있는 건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배짱이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건 개미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배짱이’들의 겨울준비!!
개미들만 겨울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배짱이의 겨울 준비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식량? 옷? 그런것들일까? 아니다. 개미들이 창고에 식량을 쌓아가듯 그들의 겨울준비는 그들이 지금껏 만들어 온 음악을 하나하나 완성시켜 준비하는 것이다.
‘배짱이’도 이제 앨범을 만들기 위한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앨범의 수록될 곡들은 <일기속의 오늘>, <야!너!>, <개미에게>, <If I..>, <환상>, <이 어둠의 이 슬픔>, <내일은..>, <다시>, <아직 이른 새벽길로> 등이다.
이런 음악들을 차곡차곡 만들면서, 배짱이는 개미들과 함께 맞게 될 봄날을 위해 겨울을 준비한다.
다가올 ‘배짱이’들의 봄날은…
지금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메이저로서 전면에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밴드들은 우리나라 음악계의 밑거름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또다른 한 부분으로서의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