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려져 있는 민요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지방의 민요라는 걸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민요는 어느 지방의 민요다’라는 단편적인 지식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는만큼 느낀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악코너에서는 ‘민요편’을 준비했고, 그 첫번째로 경기지방의 민요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경기민요는 지역적으로 구분할 때 서울, 경기 지방의 민요들을 말하는 것으로, 노래의 느낌은 대체로 밝고 경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을 들자면, 대표적 경기민요인 창부타령에서와 같이 솔, 라, 도, 레, 미의 5음 음계로 구성된 창법적인 특성으로 이것을 ‘창부 타령 조’라 한다. 경기 민요의 음 진행의 특징은 장단 3도(화성 진행에 있어 장3도의 개념) 진행이 많다는 것인데, 이처럼 3도 진행을 하는 것은 선창의 영향이라 여겨진다.
대표적인 경기민요로는 우리가 잘 아는 ‘아리랑’을 비롯해 ‘군밤타령’, ‘도라지타령’, ‘닐리리야’, ‘천안삼거리’, ‘양산도’, ‘노들강변’, ‘박연 폭포’, ‘흥타령’, ‘풍년가’, ‘창부 타령’, ‘경복궁 타령’, ‘방아 타령’, ‘청춘가’, ‘사발가’, ‘베틀가’, ‘오봉산 타령’, ‘장끼 타령’ 등이 있다. 이 중 ‘아리랑’과 ‘창부타령’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보면 우선 ‘아리랑(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민요다. 널리 알려진 이 아리랑이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여러 아리랑 가운데 가장 늦게 발달된 아리랑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아리랑은 악상전개에서 다분히 서양음악의 영향이 느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아리랑이 불려지기 이전에 이미 각 지방에는 아리랑으로 후렴을 시작하는 그 지방의 아리랑이 있었고, 그런 아리랑들이 오히려 한국민요의 음악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창부타령’의 경우는 서울무가가 민요로 발달한 노래로서 사설시조를 가사로 하면서 발달한 곡이다. 노래의 길이도 길고, 형식도 속요의 요소가 많다. 창부타령의 장단은 전형적인 굿거리 장단으로 여흥이 벌어지면 창부타령을 마지막에 넣어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한 판이 되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앞에서 민요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할 때 잠시 비춘 부분이지만, 민요는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생겨난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 민요마다 따라붙는 일화들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경기민요의 대표적인 노래 ‘천안삼거리’에 대한 일화를 소개할까 한다.
‘천안 삼거리’라는 곡명은 가사의 첫 구절이 ‘천안 삼거리’로 시작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이 곡의 가사에 ‘천안’이라는 지명이 나오기 때문에 오랫동안 남도 민요로 분류하기도 했으나, 사실상 음악적인 특성은 경기도 민요의 유형에 속한다.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부르는 이곡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새로운 평안 감사에 조성하라는 사람이 부임 했는데, 그는 대대로 호방하고 의협심이 강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워낙 놀기를 좋아해서 매일같이 경치좋은 대동강변의 연광정에서 호화판 뱃놀이를 즐기며 지냈다. 백성들은 노는데만 여념이 없는 이 관찰사를 두고 크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노래 가사중에 ‘성화가 났구나’의 ‘성화’란 우리말로 걱정이라는 뜻으로 참다못한 고장 사람들이 감사에 대한 원성과 걱정을 이 노래에 담아 부른 것이라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민요다. (천안 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 축늘어 졌구나 흥~~에루화 에루화 흥~~~성화가 났구나 흥~~~ )”
맑고 깨끗하면서 경쾌한 음정을 특징으로 하는 경기민요는 현재 대표적인 국악인 안비취 선생과 이춘희씨 외에 전문적인 명창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사실은 민요의 계승이 비단 전문 소리꾼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삶과 밀접한 가운데 성장한 민요는 바로 우리의 전통이자 자랑거리임을 인식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우리들의 노력으로 발전, 계승해야 할 것이다.
민요에 대한 첫 번째 코너인 경기민요에 대한 설명을 접으면서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의 노래인 민요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 전에 가지지 못했던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