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5일 오후 3시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지하 1층 연극관
라이브클럽 합법화 추진 모임
클럽은 단순히 언더그라운드의 한 단면으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클럽 합법화는 대한민국에서 대중음악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한동안 뜸한 듯했던 클럽 합법화에 관한 기자회견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그러나 기대에 찬 마음을 가지고 찾은 기자회견장에서는 어디에서도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아직도 클럽은 단순한 ‘언더’로만 대접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속에서 ‘국회의원’ 최희준씨의 인사말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인사말을 통해 클럽에 대한 법안이 야당 시절부터 이미 제시되었으나 당시 여권의 관심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되다가 현재 여당의원으로서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의 차이를 설명. 잘못된 정치가 문화 발전의 엄청난 저해 요소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대중음악 평론가 신현준씨의 발제를 토대로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발제를 통해 해외의 클럽문화와 이에 대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정부차원의 지원 등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의 현실상황을 지적하며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지나친 상업화의 방지
아직도 운영상의 영세성을 면치못하는 것이 우리 클럽들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상업성을 내세운 대자본의 클럽들에 의해 기존의 영세한 클럽들이 소멸되고, 이로 인한 클럽문화의 변질을 막으려면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의 필요성
클럽은 단순히 업소가 아닌 잠재된 문화적 가치(청소년 문화, 음악적자유의 표현과 참여문화)를 내재한 존재이다. 또한 세계 문화 시장에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서 우수한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초석이다. 따라서 클럽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단체의 노력
아일랜드(?)의 SPN(http://www.spn.nu)과 같은 민간 단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닦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유럽 음악 시장의 절대 다수를 아일랜드가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 영화계를 보더라도 영화인들 스스로 국내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계는 과연 얼마나 그러한 노력을 해왔는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클럽의 전문화
현재 많은 클럽들이 있고 또 생겨나고 있지만 과연 음악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클럽의 열악한 장비들은 전문성의 확보에 대해서 아직도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어서 이 회견의 주최측인 프리랜서 황옥주씨가 준비해온 자료를 토대로 현재 클럽들의 현실과 역할, 그리고 법 개정과 관련한 건의안들을 설명해주었다.
라이브 클럽의 현황
* 일반음식점: 음식류를 조리, 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 안락한 분위기 제공을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자 1인만 허용
그러나 현재 클럽에서는 1인 이상 밴드의 공연이 행해진다는 점에서 현행식품위생법 시행령 제7,8조를 위반하고 있어 그동안 대대적인 행정, 형사 처벌과 지속적인 단속의 대상이 되어왔다.
라이브 클럽의 역할
세계 대중 음악 역사상 라이브 클럽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대중앞에서 검증받고 음반사에 발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그 나라의 대중문화를 보여주는 관광상품으로서도 일익을 담당해 왔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현황
일본문화 개방을 계기로 본 우리의 대중문화의 경쟁력은 아직도 미약하다. 특히 현재 대중음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소프트웨어의 고갈 현상, 그로 인한 음반 제작의 쟝르 편중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클럽이다.
관련 법 개정의 목적 및 건의안
라이브 클럽 합법화는 클럽 문화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발아 단계에 불과한 클럽을 자유시장의 적자 생존 논리(합법화=상업화)에 내맡기는 것은 법개정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이미 잘못된 문화정책으로 인한 사회의 문화적 도태가 회복되기에 겪어야하는 어려움은 지난 역사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비젼과 치밀한 검토속에서 새로운 법안이 수립되야만 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합법화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공연예술과에서 나온 한민호 사무관의 정부 입장 및 현재 진행중인 합법화 관련 법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전반적인 진행상황
늦어도 3월말이면 가시화된다.
정부에서 바라보는 클럽의 방향
라이브 가수들의 입장도 고려되어 이들의 생계책도 마련되야되고, 언더와 오버의 중간인 미들그라운드로서 클럽의 역할이 필요하다. 음악인들이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상업적인 면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합법화 과정에 필요한 것들
법안의 마련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한다. 정부가 법안을 만들고 시행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클럽과 뮤지션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설명이 끝난 이후, 이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을 참석자들에게 요구했으나 여전히 분위기는 썰렁.
이제까지 얘기되었던 것들을 토대로 자유스러운 토론을 시작.
예상했던 참석대상자들이 거의 불참을 한 가운데도 몇몇 관심있는 대중음악인들이 그나마 와주어 다행스러웠다.
먼저 눈에 띄는 이는 주찬권씨였는데, 한영애씨와 함께 대중음악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합법화는 정말 당연한 것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어 대중음악평론가인 신현준씨와 성우진씨도 뮤지션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합법화가 진행되야함을 지적했다. 특히 성우진씨는 언더그라운드의 끼워넣기식의 방송, 사전심의제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공중파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음악(팝송은 방송되면서 영어로 가사를 쓴 노래는 방송불가) 등 클럽 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써라도 자유스러운 음악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클럽이 하루 빨리 합법화되야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황옥주씨가 지금까지 오고갔던 이야기를 정리하며, 이 기자회견은 결론이 도출되는 자리라기 보다는 올바른 정책 수립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임을 상기시키며 기자회견은 막을 내렸다. 또한 클럽과 뮤지션의 입장이 명확이 고려돼야만 함을 다시금 되짚어 주었다.
기자회견은 끝났지만, 여전히 남겨진 아쉬움은 클럽문화에 대한 많은 이들의 공감대가 아직도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더우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클럽, 뮤지션, 관객의 입장이 수용된 제대로돤 법안이 나올지 하는 의구심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어쩌면 개악스러운 법안이 새로이 클럽을 목졸라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게 하는 기자 회견장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올바른 클럽 합법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클럽과 뮤지션,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관객인 대중의 입장이 모두 충분히 고려돼야만 할 것이다.
대중문화의 주인은 바로 대중이다. 이제 우리도 클럽 문화의 실질적인 수용자이자 주인임을 스스로 깨닫고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관련 정보:
한국 대중음악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7대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