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있는 지금.
포르노 사이트를 제외하면 음악 사이트들이 수적인 면에서 가장 우세하다. 이와 함께 외국 음악 사이트들이 서서히 우리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국내 사이트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현재 블루노이즈라는 음악사이트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서 한번쯤 음악 사이트의 현황을 정리해볼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뭔가 대단히 거창한 이야기가 나올것같다는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글을 읽어주길 미리 당부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현재 인터넷 음악 사이트를 그 내용에 따라 나누어본다면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물론 모든 사이트들이 이 분류로 구분된다고 할 수 없겠지만.
첫번째가 가장 많고 흔한 음악파일 서비스(리얼오디오,MP3 등) 사이트이다. 향후 디지탈 음반과 관련하여 MP3는 전세계적으로 음반산업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인터넷 음악 사이트 가운데서 가장 활성화될 분야가 바로 이런 종류의 사이트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MP3사이트(예를들자면 http://www.mp3.com) 처럼 비즈니스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사이트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사이트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방송국(MBC,KBS,SBS)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들이다. 이들은 방송사의 특성상 저작권 사용에 대한 부분을 상당부분 해결하고 음악 파일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많은 DB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이트들과 구별이 된다.
그러나 아직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국내 현실과 DB의 양적인 측면에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개인홈페이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약간 벗어나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신문지상에 자주나오는 휴대용 MP3플레이어(MP맨,Rio 등) 시장이 새로이 싹트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음악 컨텐츠인 MP3음악 파일에 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국내 휴대용 MP3플레이어 제작 업체들은 ‘죽쒀서 개주는 꼴’이 되고야 말것이다.
두번째가 요즘 많이 생겨나고 있는 쇼핑몰 사이트이다. 신규 쇼핑몰들은 거의 대기업 수준에서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나름대로의 전망을 가지고 많은(?) 자본을 투자해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이트들을 둘러보면 단순히 쇼핑몰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지 않나싶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의 활성화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승패는 자본이나 기술로만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정보의 싸움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현재 생겨나고 있는 쇼핑몰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정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반 유통 구조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음반 유통구조상 소비자가 지불하는 음반 가격의 엄청난 편차와 지방 소비자들이 겪는 음반 구입의 어려움은 이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음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음반 시장은 외국의 음반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이전 보다 더 침략당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음반 시장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번째로 최근 홍대신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클럽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사이트이다. 나름대로 음악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사이트들은 기존의 주류에 비해 신선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언더그라운드는 인터넷이란 매체의 특성에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인터넷을 통해 기존의 공중파 방송파와 같은 주류의 매체의 틀의 문제와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폭이 넓지 않은 우리 대중음악의 수용층이 아직은 걸림돌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음반 시장의 제일 큰 문제점은 댄스 음악위주의 음반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음반시장이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보다 다양한 쟝르의 음반을 만들고 음반 소비층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기반으로 독립 음반 제작사들이 활성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터넷이란 매체가 그 밑받침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겨나고 있는 독립 음반 제작사(인디레이블)들이 겪는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인 홍보와 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인터넷이다.
네번째로 인터넷 방송국이다. 이는 일회성의 TV방송과 달리 사용자가 언제든지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네트워킹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지 않아 질적인 면에서는 역시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소프트웨어(컨텐츠)의 부족이 해결되야할 과제 중에 하나이다. 이는 기존의 방송사(MBC, KBS, SBS)들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국도 마찬가지이다. 컨텐츠 확보를 위해서는 많은 라이브 공간의 확보도 필요하고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태이다.
현재 인터넷의 인프라 환경의 변화로 초고속 통신이 일반 가정에서도 보편화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인터넷 방송국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전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한 글로벌 방송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말그대로 국경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방송국은 멀티미디어 컨텐츠 시대의 새로운 고부가 가치 산업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미 외국의 많은 방송사들이 인터넷 방송을 준비 또는 시작하고 있다. 이대로 그냥 있다간 우리의 안방도 외국의 방송사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수 홈페이지이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음악 사이트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가수 홈페이지는 상대적으로 폭이 얕은 것 같다. 소위 한번 ‘뜬’ 가수들은 기획사에서 제작하여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있지만 이런 가수들을 정말 몇 안된다. 시대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대중음악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80년대의 들국화를 중심으로 일었던 라이브 문화와 메탈씬들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외국의 경우는 아티스트들의 공식 홈페이지뿐 아니아 팬들이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들이 방대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다. 그리고 시대별로 거의 우리가 아는 ‘유명’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을 찾아 볼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지난 역사속으로 묻혀버리고 있는 가수들이 대다수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우리 대중음악의 뿌리가 약해지고 나아가서는 이후 세계음악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최첨단 시대에서 고유의 문화–굳이 고유문화라기보다 우리의 잊혀져가는 음악들–가 더욱 빛을 발할 때가 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스스로 내팽개쳐버린 문화는 아무도 되찾아주지 않는다. 이젠 우리의 것을 제대로 찾고 우리의 음악을 제대로 찾아 나서는 것이 새로운 음악이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거의 모든 국내 음악 사이트들은 컨텐츠의 부족이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다양성의 부족과 함께 올바른 인식의 부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성의 측면에서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단지 현재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다양성이 부족하지만 음악 컨텐츠에 대한 소재는 다양하다. 아직까지 이러한 소재를 제대로 수집해서 가공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의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기 위해서도 이제는 그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다양한 음악들(국악을 포함해서)에 대한 내용들을 찾아 나서야할 것이다.
인터넷은 세계로 가는 지름길이다. 외국의 음악 사이트들이 체계적인 전략으로 점점 우리의 음악 시장을 침투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지금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음악이 결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뒤진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얼마나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고 이를 만들어가는가 하는 것이 문제일뿐이다.
이제 음악은 단순한 문화가 아니다. 가장 가치있는 상품이 문화일 수 밖에 없다. 최점단 기술이나 정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문화이다. 문화는 바로 그 나라의 경쟁력의 밑받침이고 국경없는 사이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뿌리가 튼튼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자 여러분도 이제부터 사라져가는 우리의 음악을 찾아 나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