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예고했던 대로 이번호 블루포커스에선 국내의 테크노 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음악장르이던지 국내에서의 정착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테크노도 역시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음에는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대중음악 평론과 함께 테크노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원희(카사블랑카/슈거케인 활동)씨를 만나서 테크노에 대한 국내의 상황(클럽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음악장르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인지, 단순한 열풍에 그칠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3월 18일자 인터뷰내용 수록.아래내용에서 기자는 ‘블루’로 표기했고, 조원희씨는 ‘조’라고 표기했다.)
블루: 요즘 잡지들을 보면 테크노를 세기말에 떠오른 음악이라고 하는 말이 눈에 띈다. 특히 테크노를 다루는 여러 기사들을 보면 이말이 빠지지 않는 것 같은데…
조: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거 같다. 우선 첫째는 단순한 논리로 대중은 언제나 새로운 걸 원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대중의 기호 가운데, 특히 음악장르에선 역사적으로 최근에 위치하는 장르가 테크노이기 때문에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앞에 언급했던 것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인데, 테크노를 추구하는 뮤지션들 조차도 ‘테크노는 음악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기존의 여러 장르의 음악들과는 달리 테크노는 가사나 메시지, 선율, 화성 따위의 것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하나의 음악적 장르라기 보다는 문화적 현상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블루: 국내에서 테크노 장르가 선보이게 된 것은 언제쯤인가?
조: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달파란이’ 이라는 음반을 내면서 부터라고 본다. 메인 스트림 쪽에선 ‘이윤정’이 라는 앨범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라고 생각하지만, 이윤정 자체도 달파란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테크노를 시작한 것이다. (삐삐밴드 2집때부터 테크노는 조금씩 시도되었다.)
블루: 그렇다면 현재 클럽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테크노 뮤지션들은 누구누구인가?
조: 하이텔 테크노 동호회 ’21세기 그루브’가 있는데, 내가 몸담고 있는 카사블랑카와 데이트리퍼, 트랜지스터 해드, 산소박사, 슈팅스타, 프랙탈 등이 동호회 멤버들이다. 이들 외에도 테크노를 하는 밴드들은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블루: 현재 국내에서 테크노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클럽들이 얼마나 있는가?
조: 이태원에 몇곳과 압구정동에 ‘Absolute’ 홍대앞의 ‘마스터플랜(MP)’, ‘MI’, ‘Feel’, ‘상수도’, ‘마스터플랜Ⅱ(MPⅡ)’ 정도가 있다.
블루: 클럽내에서 테크노 공연할 때, 기존의 다른 음악 공연과의 차별성이 있다면..
조: 일단은 DJ가 앞에서 준비한 음악을 믹싱하면서 틀면, 사람들은 그 음악에 몸을 맡기면서 자유롭게 춤을 춘다. 클럽 공연을 하는 다른 장르의 밴드들과는 달리, 테크노 공연은 관객들의 반응을 얻어내기 위해 그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가운데, DJ는 끊임없이 음악을 내보낸다. 스타도 없고, 단지 음악을 공급하는 자만이 있을 뿐이다.(이것이 바로 DJ의 역할..)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준비해온 음악을 공급하고, 곡 사이사이에 지루하지 않게끔 믹싱한 거 틀어주고 그런다.
블루: 예전과 비교했을 때, 클럽 공연시 관객들의 수준과 숫자는 차이가 나는가?
조: 그렇다. 테크노 공연을 찾는 관객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처음 클럽에서 공연했을 때는 8명 앞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5명은 아는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만이 관객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테크노 공연을 주최(하이텔 테크노 동호회 21세기 그루브)하면 정회원과 비회원의 비율이 반반씩이다.
블루: 클럽내에서 타장르로 공연하는 밴드들은 저마다 하나의 그룹(펑크나 락밴드들의 연합체)을 형성해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면에서 테크노 밴드들도 이런 연합체가 있는가?
조: 물론이다. 위에서도 말했던 ’21세기 그루브’라는 테크노 동호회가 있다. 단순히 소수의 멤버들이 모여서 조직한 동네 잔치 개념의 연합체는 절대 아니다. 현재 앨범 준비를 하고 있는 밴드가 80%정도가 되고, 하나의 테크노 씬을 만들어 가고 있다.
블루: 국내의 상황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을수 있겠지만, 테크노층의 척박함에 대해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없는가?
조:글쎄요, 사실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국내 테크노 뮤지션들이 실력면에서는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단 상황적인 여건, 즉 시기적인 것(테크노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기까지의)을 비롯해 그밖의 문제들이 많이 얽혀있는 실정이 더욱 크다고 생각된다.
특히 테크노라는 것이 기본적인 믹싱기계나 도구들만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러하다.
블루: 그렇다면 테크노를 모르는 대중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조: 국내에서 서태지가 랩을 선보이기 전까진 랩은 전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듯 테크노 뮤지션 가운데에서도 스타가 나와준다면 사람들의 주목과 함께, 하나의 장르로 정착될 수 있을리라 본다.
블루: 국내에서 테크노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조:하나의 장르로 정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에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사람들 옛날부터 춤추는거 무지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무슨 행사를 하건, 아니면 어디를 놀러가던 춤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볼 때, 테크노 음악의 특수성은 음악속에서 레이브(춤)가 저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걸 볼 때, 음악적인 장르로서 먼저 친해지기 어렵다면 테크노 음악에 몸을 맡기면서 나오는 댄스에 의해 테크노라는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본다. 테크노 음악은 레이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블루: 마지막으로 테크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 음에 의한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반복을 통해서 음악속으로 점점 심취해 들어가는 것, 바로 그것이 중독이고 또한 테크노의 매력이다.
새로운 음악적 조류로 떠오르고 있는 테크노.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은건 테크노가 국내에서 정착할 수 있다 없다를 놓고 결론없는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테크노가 어떤 음악인지 그냥 한 번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개중에는 음악도 듣지 않은 가운데 가타부타 말만 많은 사람들이 넘 많기 때문이다. 음악 들어보구 얘기하자. 그땐 좀더 진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