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치영과 The Club’이 돌아왔다. 1990년대 초반 “Maybe”라는 아름다운 노래로 락 음악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The Club’이…. 당시 이 밴드의 인기는 지금의 ‘노 브레인’과 맞먹을 정도로 컸었다. -‘노 브레인’ 팬 여러분 용서해 주셔요!!!!- ‘The Club’은 시나위에 의해 시작된 헤비메틀 밴드의 부흥기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던 밴드 중 하나였던 동시에 급격히 찾아온 쇠퇴기를 거치며 아쉽게 해체해 버린 밴드이기도 하다. 그 후 ‘The Club’의 보컬리스트였던 민치영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1집 활동을 접은 후 한동안 소식이 없어 그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을 애닯게 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가 2집 앨범을 들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The Club’과 같이!!!!
그의 소름이 끼치도록 가냘프고 아름다운 미성은 변함이 없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The Club’시절 없었던 성숙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그의 이번 공연은 ‘The Start’라는 제목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픈 그의 마음을 담고 지난 4월 8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의 학전 블루에서 열렸다.
‘The Club’의 전성기에 그의 공연을 무척이나 보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회가 없었던 필자는 “드디어!!!!”라는 설레임으로 그의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 앞은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들과 입장시간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가벼운 흥분으로 조금은 공기가 가벼워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입장을 시작한 건 공연 시작 15분전. 공연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른 곳에 비해 2배정도는 큰 무대였는데, 그 곳을 가득 메운 악기들과 스피커가 민치영이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좌석이 100석 정도 되어보이는 작은 소극장은 끊임없이 자리를 찾아 드는 사람들로 서서히 가득 메워져 갔고, 7시가 조금 지나자 공연이 시작되었다.
테크노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The Club’과 민치영은 -그는 위아래로 까만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의 긴 검은 머리와 잘 어울렸다. – Led Zeppelin의 로 2시간에 걸친 공연을 시작했다. 그 후 2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1집과 2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 6곡을 -사라져, 늪 속의 진주, 용서해줘, 안녕, Maybe외- 포함해 17곡의 노래로 공연을 장식했다. 리메이크한 곡의 성격들 또한 고전적인 락앤롤 -Led Zeppelin의 , 등-에서 신나는 헤비메틀 -, , 레게풍으로 편곡을 한 Bob Dylan의 , 라틴 풍의 노래인 Tommy Bolin의 뿐 아니라,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고도 60년대에서 90년대를 통과하는 락음악사를 그대로 반영하는 노래를 불러서, 그가 다양한 종류의 음악에 관심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쟝르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임을 알 수 있었다.
‘The Club’의 연주 또한 아주 뛰어난 수준이었다. 처음 에서부터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들의 연주는, 1부와 2부의 잠깐 사이 – 이 공연은 게스트가 없었던 관계로 솔직이 1부와 2부의 구분이 모호했으나, 민치영이 옷을 갈아입으러 간 그 동안을 중심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보여준 잼에서 그 극치에 달하게 된다.
1부 공연동안 줄곧 꼬리가 길게 달린 털모자를 쓰고 나와 그것을 빙글빙글 돌리던 이 그룹의 베이시스트가 -정말 재밌는 광경이었답니다. 예쁘게 사진에 담아와 여러분께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 멤버를 소개하면서 시작된 이들의 잼은 각자 악기들의 솔로로 구성되었는데, 그 밴드의 트윈기타 시스템 중 어느 누구가 더 뛰어나다고 칭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솜씨의 기타연주에 이어, 베이시스트의 힘찬 연주, 녹색 머리를 한 키보디스트의 솔로 등 5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사람들의 귀를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것은 본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의 앵콜요청에 “우리는 앵콜을 마다하지 않습니다.”라는 재치 넘치는 대답과 함께 돌아온 민치영과 “The Club”이 앵콜 음악으로 Led Zeppelin의 음악을 하겠다고 할 때 일어난 일이었다.
남 : 서서 공연을 보면 안 됩니까?
민 : 누군지 한 번 무대 앞으로 나와보세요.
(무대로 뛰쳐나온 남에게) 여기 서서 춤추고 노세요.
남 : 혼자 놀기는 그렇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놀면 안 되나요?
민 : 그렇게 하시지요.
이렇게 해서 불려나온 다른 남자와 무대 양쪽을 점유한 그들은 연이어 연주되는 와 에 맞추어 현란한 춤 솜씨를 선보이며 관객들 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밴드들까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특히 한 남자의 춤은 거의 백댄서 수준이었답니다. 아무리 봐도 춤을 그냥 추는 사람은 아닌 듯 하더군요. – 뿐만 아니라, 민치영과 교태스러운(?) 허리춤까지 춘 그들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춤을 추며 관객을 선동해 지난 2시간 중 가장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다.
이번 민치영과 “The Club”의 공연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연령이 대부분 20대 후반인 이유로, 관객의 호응이 음악에 어울리지 않게 심각했다는 것과 -실제로 열심히 헤드뱅잉을 하며 공연을 즐기던 정모기자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사람들 때문에 무척이나 놀랐다고 함-, 연주곡들이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한 사람의 공연답지 않게 자작곡이 아닌 리메이크곡 위주로 되어있었다는 커다란 아쉬움을 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 민치영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팬들에게 알리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The Club
Vocal : 민 치영
Guitar : 이 충용
Guitar : 정 승일
Bass : 박 세원
Drum : 우 광동
Keyboard : 천 승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