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디펜던트 레이블 [인디레이블]에서 획기적인 방식의 싱글 앨범 네 장이 동시에 출시됐다.
이 싱글 앨범들은 기존에 시도되었던 싱글 앨범과 외양이 다를 뿐더러 가격 또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싱글 앨범이란 무엇일까?
싱글 앨범은 보통 한 장에 10여곡 정도의 노래를 담은 일반 앨범과 달리 3-4곡 정도를 수록하고 가격을 내린 미니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싱글 앨범의 매력은 제작자, 뮤지션,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은 줄이고 만족을 더하는 특징에 있다. 밴드나 제작자는 적은 제작비로 앨범 출시가 가능한 만큼 경제적인 위험부담 없이도 음악적 시도를 해 볼 수 있고, 소비자는 싼 가격으로 앨범을 구입할 수 있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때문에 CD를 샀는데 그 한 곡 빼고 나머지 노래들이 ‘후져서’ 원통해 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감이 딱. 오시죠?)
그러나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싱글 앨범은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채 지금까지 왔는데, 그 이유는 싱글 앨범의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들 수 있다. 그리고, 기존에 시도되었던 싱글 앨범의 생산 단가가 제작자들의 담합에 의해 높게 책정되어 있었으므로,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웠다는 현실적인 상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인디레이블]에서 시도되는 싱글 앨범의 발매는 그런 기존의 난제들을 넘어서려는 시도로 보인다.
[인디레이블]이 “80mm 싱글 CD의 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이런 시도는 우선 외양에서 나타난다.
길쭉한 모양의 패키지와 미국형(120mm)이 아닌 일본형의 80mm 도넛형 앨범은 제작시의 경제성과 차별적 이미지 모두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리고 4500원이라는 소비자가를 앨범에 표시함으로써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가격정찰제의 시효’를 마련했다.
(기존의 싱글앨범이 7-80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인디레이블]은 이런 “싱글 CD 프로젝트”를 올해 내에만 약 50여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단발성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싱글 앨범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은 [인디레이블]만의 고립된 싸움이 아니다.
[인디레이블]외에도 [강아지 문화/예술], [라디오], [재머스], [캬바레], [여자 화장실] 등 국내 대부분의 인디(펜던트)레이블들이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국내의 음반제작과 유통의 구조적 문제를 절실히 느껴온 이들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싱글 앨범 시장의 형성과 활성화”이다.
싱글 앨범 시장의 형성은 단순히 “싼값”에 다양한 음악을 맛볼 수 있다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싱글 앨범 시장의 형성은 국내의 음악적 흐름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을 마련한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디(펜던트)레이블들이 싱글 앨범 시장 형성에 발벗고 나서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일반 대중들이 많이 접하지 못하는 인디 음악에 대한 통로를 ‘싱글 앨범’을 통해 열어보겠다는 것이며, 마니아 중심으로 폐쇄되었던 인디 음악을 대중화하자는 것이다. 말인즉슨.
인디 음악이 보다 쉽게 대중의 곁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대중 음악의 고질적 병폐가 하루 아침에 쌱~하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10대의 댄스음악이나 상업힙합이 여전히 판을 칠 것이며, 기준이 의심스러운 가요챠트도 여전히 나눠먹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싱글 앨범 시장의 형성”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쉽게, 더 많이 열려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중 음악계 전체를 놓고 본다면 양질의 음악이 속속 출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그 반대 입장에서의 우려도 있겠으나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자, 이제 인디펜던트 레이블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작전이 나왔다.
위험수나 변수도 많지만, 한 번은 패를 걸어 볼 만한 그런 작전이다.
이 ‘가능한’ 작전으로 음반시장의 새로운 판도가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음악 관계자들만의 마음일까.
[인디피아Ⅰ.Ⅱ.Ⅲ]시리즈 (인디레이블)
’98년에 발표한 50여 종의 인디 앨범들 중에서 베스트를 모아 발표하는 컴필레이션 시리즈다.
매월 1종의 [인디피아] 시리즈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인디 음악을 대중들에게 들려준다는 취지로 제작.
[인디피아Ⅰ]
앤Ann
허벅지 밴드
청바지
펑크 플로이드
닥터코어 911
[인디피아 Ⅱ]
불타는 화양리 쇼바를 올려라
럭스Rux
오딘Oathean
앤Ann
프리다칼로Frida Kahlo
[인디피아Ⅲ]
아무밴드
마루
청바지
코코어Cocore
삼청교육대
[에브리 싱글 데이]
부산 출신의 락 밴드로, MBC 락 가요제 수상 경력이 있는 “에브리 싱글 데이”는 다른 인디밴드들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클럽 중심의 활동을 펼쳐왔다.
밝고 경쾌한 락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의 음악을 이제 싱글 앨범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Kiss
내꺼야!!(Broken Street)
너의 향기
Kiss (Studio Liv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