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사람은 유럽의 흑인이다.” -영화 The Commitments (커미트먼츠)
BC 6세기 경부터 침략을 받기 시작한 나라. 12세기부터 영국의 통치를 받았으며, 오래된 민중봉기와 반란 끝에1948년에야 영국의회로부터 일부만 독립한 나라. 그럼으로 아직까지도 영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라. 그래서 끝없는 저항이 계속되는 나라.
이는 U2와 Sinead O’Connor등으로 유명한 나라 아일랜드의 역사이다. 그러나 7,000년에 다다르는 아일랜드의 역사와는 달리 아일랜드의 락음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아일랜드의 음악은 대부분 하프라는 악기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음악이 오랜 세월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아직도 Enya(에냐)라는 가수로 유명한 The Clannad, The Dubliners등이 전통음악의 본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생황에 이를 접목시켜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아일랜드의 음악은 U2로 대변되는 락 음악일 것이다. 물론 U2 이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뮤지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1960년대 시적인 가사를 포크음악에 담은 Van Morrison이 로 -그의 최고의 앨범이자 아일랜드 뮤지션이 만든 최고의 앨범인 동시에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앨범으로 평가 받음- 영국을 강타하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75년 북아일랜드의 밴드인 The Miami Showband의 멤버들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는 북아일랜드 사람들을 영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을 한다. 그 후에도 1975년 내내 학살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고, 아일랜드의 음악계는 침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침체기가 끝나게 된 것은 1977년 펑크가 유행하면서이다. 펑크가 클럽에서 연주되자 집에서 TV만을 통해 음악을 즐기던 젊은이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를 계기로 아일랜드의 락음악과 클럽문화는 활기를 되찾게 된다. “1970년대 중반에는 아무것도 없었지요. 아일랜드를 찾는 영국밴드들도 없었을 뿐 아니라, 펍문화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잘 아시겠지만 영국의 락은 소위 Pub Rock이라 하여 밴드들이 맥주집에서 많이들 연주를 합니다- 그 당시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그리고 독서만이 우리의 유일한 오락거리였지요.”
이렇게 성장하기 시작한 아일랜드의 밴드들은 1977년 밥 겔도프가 중심이 된 밴드 붐타운 래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된다. 그 후 Skid Row 출신의 Gary Moore와 Phil Lynott가 이끄는 밴드 Thin Lizzy는 런던을 활동의 근거로 삼으면서 팬들을 확보하고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그들은 브리티시 하드록으로 치부된다. 물론 그들의 연주에는 아이리시의 독특한 하드센스가 느껴진다.
따라서 아일랜드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어 아이리시 록의 깃발로 높이 세운 것은 U2가 처음이었다. 그들은1984년 4집 앨범 를 시작으로, 1987년 1980년대 최고의 앨범으로 꼽히는5집 , 그리고 이듬해 공연실황과 몇 개의 신곡을 담은 을 선 보이면서 세계 최고의 밴드에 오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U2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들이 무엇보다도 로큰롤을 통해 정치적 태도를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치의식은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테러와 살상, 영국군의 무자비함이 엄존하는 북아일랜드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무척 소박하고, 남들이 죽어가는 상황에 편안한 삶을 누리는 자신들의 모습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그야말로 휴머니즘적인 호소에 머무는 것이어서 같은 아일랜드의 가수이자 IRA지지자인 Sinead O’Connor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U2는 상대적으로 영국으로부터 자연스러운 남아일랜드의 더블린 출신이며, 시네이드는 북아일랜드 그 중에서도 영국의 탄압이 가장 심한 지방인 벨파스트 출신이라는 것이다.)
Sinead O’Connor는 1987년 발표한 데뷔앨범 의 앨범자켓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자신의 모습을 실어, 아일랜드인으로서의 영국에 대한 강한 반항의식과 거부감을 표현했다. 그 후 2집 에 수록된 “Nothing Compares 2 U”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성공을 얻은 후에도 절대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조국의 암담한 현실과 영국의 잔인한 살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Sinead O’Connor하면 의례히 아일랜드의 기나긴 민족투쟁과 피의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이들이 정치적 저항의식과 아일랜드적인 정서로 세계를 지배하게 되자, 아일랜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그들의 음악은 더욱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그리하여 조금 전에도 잠깐 언급했던, 아일랜드의 전통음악을 하는 그룹인 The Clannad가 아름다운 곡”Harry’s Theme”으로 커다란 사랑을 받았고, 최근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The Cranberries가 가냘프지만 어딘지 모르게 강한 의지가 보이는 목소리를 지닌 Dolores O’Riodan을 앞세우고는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The Cranberries의 음악에 담긴 메시지와 간결한 곡구성은 그녀의 목소리의 특수성으로 인해 조금은 평가절하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은 끝없이 아일랜드의 상황에 대해 읊조렸고, 이러한 모습은 올해 발매된 4집 을 통해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들의 앨범제목처럼 이제는 도끼는 모두 땅에 묻어버리고 오래된 살육의 역사를 종식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의 아일랜드 출신의 음악인들의 노래는 상업적인 면이 많이 중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Thrash Metal, Punk 그리고 고전적인 브리티쉬 사운드를 한데 섞은 듯한 음악을 펼치는 Theraphy?나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사운드 트랙에 참가한 하드한 음악의 젊은 그룹Ash, 전혀 아일랜드적이지 않은 댄스그룹 Boy-Zone, 아일랜드 전통음악의 색채를 띄면서도 현악연주와 아름다운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The Corrs등은 그 대표적인 주자들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아일랜드의 음악들이 상업성을 띈다 하더라도, 북 아일랜드의 피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