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ISMA
1. (신학)신에게서 부여 받은 수도상(修道上)의 특수한 자질이나 능력 ; 초기 기독교에서는 병을 고치는 힘이나 예언의 능력 따위를 말했다.
2.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 지배력 따위를 미치는 개인의)비범한 정신력, 특수한 능력
3. (사람에게 비범한 통솔력, 숭배 받을 만한 가치 따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직무, 임무, 지위의 특수한 능력 (또는 charism)
인류가 이 땅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신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러했으며, 석가모니가 그러했고, 모하메드가 그러했으며, 단군이 그랬다. 이름을 대자면 끝도 없는 카리스마의 행렬들…
세대를 뛰어넘어 사회를 지배하고 인간의 사상을 맹목적으로 통제하는 능력의 소유자들. 하지만 그들이 언제나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좋은 일에만 썼던 것은 아니다. 히틀러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이용해 독일인 지상주의를 부르짖으며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다. 그뿐인가. 그의 망령亡靈은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금까지도 살아 돌아다니며 네오 나치즘이라는 끔찍한 인종차별주의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또한 사이비종교의 교주들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약한 사람들로부터 합법적으로 돈을 빼앗고 그들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대체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들은 사회전반에 걸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왔으며 그건 음악계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Doors의 Jim Morrison, Nirvana의 Kurt Cobain, Led Zeppelin의 Robert Plant, Jimi Hendrix, Beatles의 John Lennon 등등…
1990년대의 얼굴이자 우상인 Kurt Cobain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계에는 세대별로 대표적인 얼굴이 하나씩 존재했다. 그들은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리 잘난 구석은 없었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발달하고 인간이 이기적으로 변해가면서 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거짓없이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한 평범함과 외로움이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고, 그에 따라 그들이 지닌 모습들은 큰 힘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994년 커트가 죽고 나자 우리는 허망해지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이 꺼지고 만 것이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결혼한 모습과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마저 아름답던 그런 젊음의 표상이 갑자기 자신의 삶을 권총자살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마치고 나서 사람들이 마주친 건 공허였다.
그리고는 그의 뒤를 이을 사람을 애타게 기다렸건만 아직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5년의 세월동안… 상업적이지 않고, 뛰어난 테크닉을 지니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큰 힘을 지닌 누군가가…
대체 그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사람을 이끄는 신적인 능력을 지니기에는 너무 약하게 커버린, 그리고 레코드사와 기획사에 의해 휘둘리는 뮤지션들의 잘못일까? 아니면 어느 것에도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신세대들의 취향 탓일까??
전 세계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취향은 그리 많은 변화가 없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댄스음악은 변함없이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고, 여전히 조금 목소리가 뛰어난다 싶은 여자 가수들은 발라드와 날씬한 몸매로 승부를 한다. New Kids On The Block 스타일의 남성 댄스그룹은 그 명맥을 계속 이어와 현재 그 모조그룹(??)인 Back Street Boys가 몇 천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뿐인가.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rey나 셀린느 디온 Celline Dion같은 가수들은 가창력 하나만 믿고 1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비슷비슷한 노래로 빌보드 차트를 노리고 있다.
이는 그들이 철저히 자신이 가진 음악적 능력이나 매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기획에 의해 생산되는 일종의 제품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품이 탄생되는 과정에서 그들 고유의 개성이나 매력은 사라지고 매장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몰개성의 제품을 접하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빠른 시간에 이들에게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 한 체 다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물론 철저한 상업성을 띄고 뮤지션이 지닌 개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개성은 너무도 완벽하거나 너무도 허술하다. (가끔은 바보같은 면이 부각되기도 함으로) 그런 까닭에 대중은 그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뮤지션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을 이끌어 나갈 카리스마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 건 꼭 이 이유에서 만은 아닐 것이다. 급격히 변화해 나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쉽게 물건에 그리고 사람에 싫증을 낸다. 하루 밤 사이에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개발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면 지금까지의 것에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단발적인 욕심이 음악계에도 그대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 순환의 고리가 언제 끊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더 이상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라지지 않는 매력의 소유자가 안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그리고 음악은 너무 무미건조해 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