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하면,
매니아가 아닌 사람들은 받아들 일 수 없는 시끄러운 음악으로 인식돼 왔었고, 그만큼 언더 음악의 폭도 좁았고, 장르 자체도 다양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언더=시끄러운 헤비메탈” 음악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도 많이 출연했고, 얼마든지 오버에서도 통할 수 있게 다양화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하고, 언드그라운드의 밴드들을 보면,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오버의 어떤 주류에 편승하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고집해 가는 음악인들이 있고 (이들은 체질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 타협해야 하는 오버를 싫어하고,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
둘째, 자신의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 과정으로서 언더를 택하는 경우가 있다(대부분 이런 경우, 자신의 음악을 고집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오버로 진출한 밴드의 경우, 어떤 결과가 있었는가? 물론 다 같은 결과를 가져 오지는 않았고, 다양한 모델(?)들이 있다.
최근에 가장 성공한 경우가 ‘자우림’이다.
홍대 앞의 클럽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피하도록 하고, 단지 그들은 오버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었다는 정도만 얘기하고, 다음으로 넘어 가도록 하자.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오버로 진출하는 밴드들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었던 팀들 이었고, 상품성도 있다고 생각해서 오버로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화려하게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면서 오버로 진출했던 밴드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일가? 공연도 볼 수 없고, 심지어 앨범조차 구하기가 힘든 이들.
화려함을 쫓아 떠난 이들에게 오버는 그저 식인식물처럼 이들을 삼켜버렸나? 오버가 이들에겐 무덤이었나?
오버로 가서 활도을 하지 못하고 사장돼 버린 밴드들을 보면, 그 유명하고 힘있다는 SM기획(HOT, SES, 신화 등의 바로 그 곳.)에 픽업되면서 활동이 주목됐던 ‘배드 보이 써클’, 신촌뮤직의 ‘스푸키 바나나’를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 팀들을 예로 들었지만, 오버로 갔다가 사장돼 버린 밴드들은 훨씬 많다. 오버에서 사장되었기 때문에 필자도 모르는 밴드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 그들이 사장돼 버리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필자도 알았을 것이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앨범만으로 그들을 보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한 밴드가 갑자기 출현했고, 그냥 사라져 가는 반짝 가수 였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실패해 버린 오버로의 진출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면 그렇게 실력 있었던 밴드들이 왜 실패했나? 물론 실패할 만 했으니까 실패 했겠지! 답은 그거다. 그들은 실패할 만 했다.
왜 실패할 만 했나? 먼저 위의 두 밴드를 예로 들어보자.
이 두 밴드들은 분명 펑크밴드였다. 그리고 오버에서는 그들의 음악이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장르이고, 그들이 마치 그 장르의 선구자인양 선전해댔다. 하지만 그들이 오버에서 만들어 낸 펑크는 전에 그들이 하던 그 펑크가 아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어설픈 미디삽입과 오버에 맞을 듯한 뽕(?)적인 분위기….
이런 분위기들을 제작자의 의도에 맞춰서 만들다 보니 원래 그들의 색깔은 잘 찾아지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옛날에 그 사람들 맞어?!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들은 기획사의 ‘깍두기’ 밴드들 이었다.
기획사의 메인 팀은 그들이 아니었고, 처음부터 그냥 양념이었으니, 그들에 대해 최선의 배려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 우리나라 오버는 음악보다 이미지 메이킹, 홍보에 뛰어난 가수들이 뜨는 경우가 많은데…
댄스가수로 돈을 벌었고, 요즘 펑크가 뜬다고 하니 돈 되겠다 싶어서 밴드를 픽업했으나,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들은 기획사로부터 골치거리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활동을 보지 못할 수밖에.
간신히 이들을 본다고 하더라도 같은 기획사의 어느 댄스팀이 출연하는 공연에 잠깐 나와서 고작 한 곡 부르고 들어가는 정도 밖에.
오버로 진출한 밴드들에게 전적인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떻게든 오버로 진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먼저 오버로 갔던 이들이 우리 나라 주류 음악 시스템에 희생양이 된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오버로 진출(?)해서 다 안됐던 것은 아니다.
이들처럼 음악이 아닌 상품이 돼서 오버로 가지 않았지만, 지금도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언더그라운드의 대표적 밴드들도 있다.
“언더는 오버에서 안 통한다!” 라는 당위명제처럼 돼 버린 말을 맨 먼저 깨버린 밴드가 ‘들국화’이다. 그들은 상품화 돼서 오버로 나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오버화 됐던 밴드이다. – 오버가 되기 전 이들이 꾸준히 클럽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
비슷한 경우의 밴드들을 보자면, 시나위, 부활등이 있다. 이들은 아직도 클럽가에서 언더활동을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밴드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품으로서 주류에 팔려간 것이 아니다.
주류 음악에 자신들의 색깔을 뺏겨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 ROCK이라는 음악으로 오버의 한 자리를 파고 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과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어설픈 댄스가수 흉내내고, 재롱 떨어서 한 순간의 스타가 되는 것 보다는.
오버로 진출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들의 음악적 색채를 침범 당하지 않을 만큼의 음악적 역량이 갖추어지고 음악 세계가 굳혀졌을 때, 오버가 그들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게끔 만든 후에 오버로 진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신선한 음악적 가능성을 가진 밴드들이 화려한 조명의 오버만을 쫓다가 그 조명 속에서 타버리지 않았음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