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8월 1일 양일간에 걸쳐 열릴 예정이었던 국내 최초의 락 페스티벌인Triport Rock Festival 트라이 포트 락 페스티벌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원인이 비때문이라고 우기는 주최측 Yescom의 이야기에 얼마나 귀 기울여야할까. 과연 트라이 포트의 실패는 비 때문이었을까??
비라는 것은 언제든지 하늘에서 내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다른 계절도 아니고 장마철인 – 아무리 기상청에서 장마는 지나갔다고 했다지만 – 7월 말에서 8월 초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장담을 그 누가 할 수가 있으랴.
그런데 예스컴은 무슨 배짱으로 비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연을 주최했던 것일까. 배짱이 너무 두둑해도 좋지 않은 법이다. 지금 그들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물론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기대처럼 멋진 공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는 왔다. 그리고 공연이 이렇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된 건 예스컴 관계자들의 책임이다.
어쩜 그렇게 당당히 말이 나올 수 있는 거냐고, 비가 오는데 그 사람들도 도리가 없지 않냐고 한다면 나로서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유비무환 정신을 잃어버린 그 사람들이 공연 전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었는가를 한 번 따져보는 건 나쁘지 않을 듯…
모두가 알고 있듯이 공연이 취소된 원인은 비였다. 그렇다. 비다. 하지만 왜 비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었을까. 그건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였을까.
그 답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만 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이었다. 7만원에서 9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내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이 돈은 절대로 작은 돈이 아니다.) 외질 뿐만 아니라 아무런 후생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그런 곳에서 그들이 군말 없이 지냈던 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기 위한 단 한 가지 목적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 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는 오히려 군중들을 흥분시켰다. 그날 공연이 지연된 이유는 공연장에 물이 들어차 도저히 사람들이 입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공연이 취소된 이유는 무대에 아무런 장치를 하지않아 비가 온통 무대로 들이쳐 도저히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사람들을 가장 분노하게 했던 공연 취소의 원인부터 한 번 따져보자. 비가 오면 음악 장비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연주인들에게 있어서 악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비가 오면 공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트라이 포트에서 딥 퍼플 Deep Purple의 공연을 유심히 들은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앵콜 곡을 연주할 때 비를 맞은 악기에서 처참한 사운드가 나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한 사고가 나기 전에 예스컴은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 대비라 함은 무대에 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럼 비가 무대에 들이치거나 악기가 비에 심하게 젖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각처럼 큰 돈이 들지 않는다. 한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천막과 천막 지지틀을 합쳐 2천 ~ 3천만원이면 된다”라고 하니 그들이 그만큼만 신경을 썼더라면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는 막았을 것이다.
게다가 공연장의 진흙탕의 경우는 그 곳이 뻘이라는 것을 감안해 미리 신경을 썼어야 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공연장이 시작되기 전 날 사람들이 다니는 부분에 아스팔트를 깐다거나 아침부터 기다리던 사람들을 차가운 비 속에 몇 시간이고 세워두고는 이제는 물바다가 되어버린 그 곳에 아스팔트 작업을 하는 그런 작태는 벌이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일 또한 그리 많지 않은 금액과 많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다면 진흙탕에 발이 빠져 고생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는 걸 알고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이 또한 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1㎥당 500원 정도 잡고 30㎝깊이로 잡고, 면적은 2만평 정도 계산해서 2인/㎡로 놓으면 500×0.3×10,000 =150만원정도, 흙을 사온다고 해도 400원/㎥정도 놓으면 400×0.3×10,000 = 120만원정도, 이것저것 부대비용과 길을 내놓으면 500만원 안쪽이면 어느정도 안정된 지반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정도 물량이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2~3일입니다.
그렇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러니 예스컴도 운이 없었다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자. 그들은 우리를 담보로 도박을 한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공연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한 몫 벌어보고자 공연을 주최한 것이다.
물론 비 때문에 그들은 쫄딱 망했겠지만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영혼들의 마음도 멍이 들었다. 그들이 기다렸던 그 가슴 떨리는 숱한 날들과 빗 속에서 느꼈던 배신감을 그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