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연한 기회에 서태지의 옛날 모습 사진을 본 적이 있는지? 아니면 김종서의 시나위 시절 사진이라든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우리나라의 락커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허리까지 닿는 치렁치렁한 파마머리, 조금은 섬뜩한 그림이 새겨진 메탈 티 셔츠, 자신의 각선미를 최대한으로 살려주는 검정스판바지, 그리고 징박힌 부츠…
이들이 지나가면 누구나 “아!! 저 사람들은 락 음악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19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반의 음악인들에게 그건 일종의 유통코드였다.
이들의 팬들 또한 음악인들과 비슷한 모습을 띄었으며, 공연장에서는 한결같이 헤드뱅잉을 하거나 팔을 흔들었다. (무슨 이야긴지 아시겠져??)
그리고 세월이 지났다…
몇 년동안의 침체기를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언더 음악인들의 모습은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장르가 다양해졌으며, 그에 따라 음악인들의 외모도 천편일률적이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음악의 장르에 의해 뮤지션의 외향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뮤지션을 보면 대충 그들이 어느 음악을 하는지 그림이 그려진다는 뜻이다. 물론 팬들의 외모나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인들과 많이 닮아있다.
그럼 장르별로 음악인들의 외모와 팬들의 모습을 한 번 알아보자.
모던 락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생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짧게 자른 평범한 헤어스타일과 면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나 면바지… 그래서 이들이 보통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도저히 구별해낼 방법이 없다.
이들에게서는 조금 촌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는 특징이 가끔 드러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만큼 모던락을 즐기는 사람들도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공연도 아주 평범하게 즐긴다. 그들이 하는 거라고는 조금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방방 뛰고 (델리 스파이스 공연 때 “챠우챠우”에 맞춰 방방 뛰는 팬들을 보고 무척 놀란 기억이 나는군요), 발라드에 맞춰서는 손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거나, 자연스럽게 몸을 흔드는 것이 고작이다.
펑크를 하는 뮤지션들의 특징은 신기하게도 키가 모조리 작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게다가 그들은 불쌍할 정도로 말랐으며, 동안의 얼굴을 하고 있다. (미확인 공익요원님만 빼고.. ^_^)
그들은 일단 금발, 레몬, 보라, 오렌지 등등 다양하고 현란한 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다닌다. 그리고 조금은 작은 것 같은 윗도리를 입고 (큰 면티를 겹쳐 입기도 한다), 약간 헐렁한 바지에,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머리를 잔뜩 세웠다. (펑크의 대부 불대가리나, 레이지 본의 노진우의 모습을 떠올려볼 것..)
하지만 요즘은 꼭 그런 유행을 따르지만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펑크하는 뮤지션들은 확~~ 눈에 띄는 것이지??)
팬들의 경우도 밴드들과 흡사한 모습을 띌 때가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의 팬층을 차지하는 만큼, 그런 사람들은 밴드들의 측근을 제외하고는 극소수.
이들 모두가 공연을 보면서 즐기는 춤은 오이춤. 이 춤은 팔 다리를 앞 뒤로 흔들면서 춤을 추거나, 옆으로 흔들면서 추는 춤이다. 요즘 들어서는 과격한 슬램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끔 무대가 높으면 스테이지 다이빙도 하면서…
하드코어 뮤지션들은 힙합스타일의 옷을 즐겨입는다. 커다란 박스형 윗 도리에 엉덩이에 걸치는 큰 사이즈의 청바지나 헐렁한 트레이닝복 (옆에 줄무늬가 있는 것이 선호되고 있음). 길고 두꺼운 체인… 혹은 야구복 스타일의 옷 안에 흰 티셔츠등을 걸치기도 한다. 아님 요즘 유행하는 좀 묘한 남방 (아~~ 설명하기 힘드네.. 닥코의 용준님이 입고 다녔던 남색 옷을 생각하면 쉬운데..)안에 흰 티셔츠를 받쳐입기도 한다.
헤어스타일은 자기 맘대로. 누구는 길고, 누구는 짧고, 누구는 염색을 했고, 누구는 안 했고..
하드코어의 팬들도 다른 음악장르와는 달리 조금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하드코어 밴드는 의외로 여자 팬이 많은 편인데, 다들 무척 평범하게 생겼으며, 좋아하는 밴드의 뱃지를 가방에 달고 다닌다.
남자 팬의 경우는 하드코어적인 경향이 강한데, 머리에 이상한 수건을 뒤집어 쓰고 다닌다던가, 아니면 염색을 한다거나, 레게머리를 한다거나.. 뭐 이런 식이다. 메틀 티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띈다.
이들은 음악 스타일 만큼이나 과격하게 노는데… 이들에게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다리를 까딱거리는 건 기본. 슬램은 필수. 스테이지 다이빙은 선택사양이다. 과격한 슬램으로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라며는 이 한 몸 아끼지 않는 정의의 사도들!!!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블랙과 데스메탈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변함없는 긴머리와 검정 일색의 의상을 선호한다. 차이가 좀 있다면, 이제는 곱슬거리는 파마머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 뿐이다.
팬들의 모습도 과거와 다름없다. 그들은 과격한 헤드뱅잉을 즐기며, 주먹쥐고 앞.뒤로 흔들기를 좋아해서 다음 날 아침이면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린다. (물론 그것도 이력이 생기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렇듯 뮤지션들과 팬들의 모습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앞으로 10년 후, 뮤지션들이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 지는 모를 일이다. 만화에서나 나오는 사이키델릭한 모습을 띄고 있을 수도 있고, 과거로의 회귀가 유행을 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오직 한 가지는 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여전히 멋진 음악들을 팬들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