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영 님께서 보내오신 글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식상할 이야기 일런지도 모릅니다.
흔히 오버그라운드라고 얘기하는 주류 가요계에서 진정한 뮤지션을 찾기란 모래사장에 떨어뜨린 바늘 찾기, 혹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투덜투덜”.
이것은 조계영님께서 자신의 글에 붙인 작은 제목입니다.
대중문화에 대한 조계영님의 ‘투덜거림’은 다양하고 신나는 문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반응으로 보여지겠지요. 텔레비젼이나 대중 매체의 천편일률적인(저는 이 단어 자체가 주는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너무나 싫습니다만) 감각적인 10대 중심의 껍데기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면 조계영님의 생각을 이단으로 취급하겠지만요…
**’1반인’이 보기에 ‘2반인’이 우리끼리 이런 얘기 다시 할 필요가 뭐 있겠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네요. 그래도, 모든 전복의 시작은 잘못된 것에 대한 ‘투덜거림’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믿는 저는, 우리가 바라는 문화가 어떤 것인지, 지금 대중문화의 상태는 얼마나 위독한지, 다시 짚어 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화혁명”.
“불가능한 작전”이 아니지요.
열심히 투덜댑시다, 우리.**
“몰라, 알수가 없어.”
1999년 여름. 한국은 서태지가 사라진 뒤, 음악계를 평정할 카리스마 하나 없이 한 세기의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가끔은 내가 카리스마요, 영웅입네 하고 나타나는 이들이 종종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믿을 수 없다.
욕구불만… 무언가 필요한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다 배깔고 누워 TV를 틀어 쇼프로를 본다.
오늘날 대중가요의 가사는 무척이나 직설적이다.
난 딴 남자가 더 좋아 널 버리고 간다느니, 오늘밤 너랑 같이 있고 싶다는 둥, 그러다가 기분 내키면 욕을 할 수도 있다.
왜 그런지 몰러….
생각 해보니, 요즘 잘 나가는 여가수 ‘U’양은 최근 솔직한 남녀 관계를 추구하며 감정 이상주의를 내세운 노래로 연속 히트친 것 같다. 오랫동안 일관되게 자신의 색깔을 추구한 가수가 드문 현실에서 그 여가수는 좀 의외였다.
하지만… 난 그 여가수가 토크쇼 같은 데 나와서 자신의 연애에 대한 생각을 말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미국의 여가수 ‘M’양 처럼 시가를 피우며 음담패설을 늘어 놓지는 않을 지라도(그 가수는 그것을 여성의 지위향상과 동일하게 보았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식의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냥 예쁘게 웃고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여학생들의 우상 그룹’H’ 맴버들의 음악에 대한, 인생에 대한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한국 청소년들이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둘러싼 것들의 문제에 대해 노래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순에 빠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가수란 무엇인가.
그들은 노래를 하지만 그것은 진정 자신들의 노래는 아니다.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말하고 있지만 그곳엔 그들이 없다. 그저 예쁘고 멋있는 그들의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잘 가꾸고 다듬어진….. 이미지이다.
철저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대중은 그 이미지들을 사랑할 뿐이다. 이미 그렇게 길들여져 왔으니까.
그 가수들은 대중가수들이고 그들은 그냥 대중의 취향을 맞춰주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날 구박할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투덜거린다.
잘빠진 몸매에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것도 좋지만 뭔가가 빠진 것 같다고.
난 허상만을 좋아할 수는 없다.
진정한 그들이 담기지 않은, 쉽게 만들어지고 고민한 흔적이 없는 그런 것들을 섣불리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음악, 곡 한소절에도, 가사 한 단어에도 피터지게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왕창 피터지게 말이다.
에라.. 몰라, 알수가 없어. 도대체 대중가요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