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밴드들이나 매니아들은 일단 앨범이나 공연을 접하기가 아주 힘든 상황이다.
인디 밴드들의 앨범이 나왔다고 해도 지방에서는 몇몇 알려질 대로 알려진 밴드 외에 자기 취향의 언더 밴드들의 앨범은 구할 수 도 없다. 그렇다고 클럽이 많아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상황도 되지 않는다. 지방의 아무리 큰 도시라고 해봐야 클럽이 한,두 군데 많으면 서너 군데가 있지만, 그 곳들은 가끔 서울 밴드들의 공연이나 그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의 공연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 지방 매니아들과 얘기를 해보면 “서울은 평일에도 클럽공연이 있어요?”하고 묻는 경우까지 있다 –;
이번 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지방에서 밴드 활동을 하거나, 또 지방에서 락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로 살아가는 그들이 직접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얘기들을 모아 보고자 한다.
이들은 어떤 상황이며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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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매니아로 살아가기…(1)
글 : 블루노이즈 자유 기고가 조영란
(그녀는 현재 전북 익산에서 살고 있다)
우리 나라 같이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 각 지역마다 고유한 문화색깔을 간직한 채 그것을 키워 나간다는 건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문화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지방에 산다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핸디캡으로 작용한 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러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은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 매니아에게 있어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보의 부익부 현상… 거의 모든 음악에 관한 소식이나 정보 등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성되 기 때문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손만 내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소모전을 거친 후에 비로소 알 수 있고, 그나마 알게된 후에는 이미 시의성을 잃은지 오래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필자의 경우는 통신이나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을 통해 여러 소식을 알고 접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허락치 않는 사람들의 경우는 뒷북치는(?) 일이 많다.
이번 트라이포트 공연의 경우, 지방에서는 공연취소 뉴스나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서 그나마 알았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공연 후에 말이다. 방송에서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면, 공연이 끝난 후에도 ‘언제 그런 공연 했었나?’ 하는 의문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게 지방의 현실이다.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음악을 듣고 부딪칠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뭐 부산이나 대전과 같은 광역시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 나머지 소도시 같은 경우엔 흔히 음감실(음악감 상실)이라 불리우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직접 들어보기 위해 레코드가게에 가면 없는 음반들이 많고, 그나마 있는 것들은 서울보다 2000-3000원은 비싸기 마련이다.(인디 음반이 서울에서는 9000원이라 들었음. 이 곳은 12000원임.)
그리고, 요즘 서울에 속속 새로 생겨나는 클럽들에 비해 이곳 지방에 생겼던 클럽들은 얼마 안가서 다들 커피숍이나 일반 음식점으로 바뀌는 게 다반사이다. 공연해 줄 밴드도 많이 없고, 있다고 해도 클럽에 갈 매니아들이 적기 때문이다. 공연 같은 경우, 해외 뮤지션들이 오면 당연히 서울로 가서 봐야할 수밖에 없고, 우리 나라 가수들의 지방 투어 콘서트의 경우엔 서울에 서 할 때와 사운드는 물론, 그 분위기가 매우 틀리다.(이것은 그나마 가수들이 지방에 왔을 때 할 수 있는 불만일 것이다.)
지방에서 매니아로 살기 때문에,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 이외에 심적으로 작용하는 어려움도 있다. 나의 경우를 보면, 직접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지금까지 음악을 듣고 있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다.
공연을 보러 서울을 갔다오거나 하면, 주위 사람들은 ‘너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다양한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는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거의 획일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뭔가 자기들과 틀린 생각을 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에 살면서 매니아가 되고, 그리고 계속해서 매니아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도 힘든 건 경제적 문화적 여건 때문의 이유보다는 이런 심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 할 것 같다. 처음엔 무엇에 홀린 듯 푹 빠져 음악을 듣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시큰둥해지는 사람을 주위에서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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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밴드로 살아가기…(2)
글 : 대구 ‘Hammer’ Bassist 김판석
(아래의 글은 지방에서 밴드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보내 온 글이다. 친구에게 늘어놓는 푸념조의 편안 글로 인정하고 읽어주시길…반말이지만…–;)
지방밴드에 음악생활이라….??? 아무렴 서울 보단 못하겠지…
공연문화공간도 없고, 사람들의 생각들, 여러 가지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제일로 심각한 건 먹고사는 문제..!!!
그건 우리나라음악계열에 공통적인 것이지만, 어떠한 해결책이 없고서야 진정한 밴드 음악의 깊이를 아는데는 힘이 들겠지..??
사실 근래 내가 인디 음악계에 진입한지 얼마 되진 않았다만,7,8십 년대와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른 장르 계의 음악실정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리 만큼 멸시와 눈초리를 받는 인디 음악 ..그 속에는 물론 가식과 거짓도 있겠지만, 큰 의미에서 우리음악을 지켜봐 주고 격려와 배려를 아껴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밴드 기껏 해봐야 얼마나 될까!!! 개인적으로 우리밴드는 대구의 해비네 에서 공연 하지만, 그에 따르는 힘든 점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단다.,,!!
그러나 그나마 한곳이라도 이렇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배려해 주니, 그 낙으로 이렇게 살고 있지….(얼마 전 부산에서 온 ‘해디 마마’라는 여성4인조 그룹 왈 “우리는 할 데도 없으예..!!!”)실력도 여성답지 않게 소화 해는 밴드 였다. 옛날엔 ‘음악 하려면 부산 가라’는 말까지 했었는데…어찌된 심판인지…!!
끝으로 이런 공간형성에 많은 협찬과 배려 있었으면 좋겠고, 돈 있고 조금이라도 음악에 대해 서 발전적인 생각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서울에만 투자하지 말고 ….
쉽게 말하면 “같이 먹고살자!!!”는 말을 하고 싶다!
참고로 말하면…!!
“사람 몸에 혈액이 심장에서만 돌고 돌면 사람은 죽게 되는 건 뻔한 사실이다”
우리 모두 힘을 모으는데 정열을 쏟아 붇자 …!! 입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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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서울을 중심으로 모아져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나 매니아들은 공연을 하게 되거나 보게 되는 경우,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봇짐 싸들고 한양으로 상경했던 것처럼(?!^^;) 준비해서 큰 마음을 먹고 공연을 하거나 보러 와야 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언더그라운드 락 음악은 인천이나 부산 등 지방에서도 활성화 됐었다.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이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면, 언더그라운드도 힘을 모으기 위해 한 곳으로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제는 조금씩 그 세력을 넓혀 가고 있는 우리 나라 언더그라운드가 좀 더 활성화 돼서 지방으로도 세계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본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만을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