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곳에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을 흠모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 보통 그런 사람들은 팬이라 불리운다. 물론 팬이라는 말도 fanatic (광신자)의 줄임말이니 미쳤다는 뜻이 되지만…
하지만 대부분 광적으로 누군가를 쫓아다니는 사람은 소위 스토커라고 불리운다. 이 말은 요즘 들어 무척이나 자주 듣는 말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스토커들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대부분 현실과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데이트라던가, 뭐 그런 것..
그럼 그루피 Groupie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누군가를 열심히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통틀어서 스토커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으니 이 단어는 조금은 생경하겠지.. 하지만 그루피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꽤나 널리 알려진 단어 중 하나이다.
그럼 그루피들에 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이 단어의 개념을 조금 짚고 넘어가 보자. 그루피 Groupie는 Group에서 파생한 말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뭘 하는 사람들인지는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그루피들은 락 밴드들을 쫓아다니고 그들과 만날 기회를 찾는 사람들을 뜻한다. Pink Floyd의 이라는 영화를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공연장에서 백 스테이지 패스를 얻어 밴드들과 파티를 벌이는 여인들을 보았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그들이 그루피이다.
그루피라는 단어는 1960년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히피들의 전성기이자, 락 음악의 부흥기이도 했던 이 시기에 락커들과의 연분홍 로맨스를 꿈꾸는 수많은 여성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 중에서 어떤 이들은 연인 사이가 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 중 널리~~ ^^ 이름을 날린 그루피 계의 유명인사들에 관해 수다를 한 번 떨어 볼까나..
먼저 그루피계의 대모격인 존재로 데븐 윌슨 Devon Wilson이 있다. 믹 재거, 에릭 클랩튼 등과 염문을 퍼뜨렸던 그녀가 결정적으로 유명해진 건 지미 헨드릭스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1965년 지미를 만난 데븐은 1970년 지미가 마약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앨범까지 다양하게 영향을 미쳤다. 양성애자였던 그녀는 지미 헨드릭스에게 여자를 소개 시켜주기도 했으며, 지미를 사귀는 동안에 믹 재거와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1년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는데, 그 죽음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대중적으로 가장 이름을 날린 사람으로 파멜라 데 바레스 Pamela Des Barres가 있다. B급 영화에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던 그녀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L.A 내에서 가장 유명한 그루피였다. 프랭크 자파를 스승으로 모시는 “G.T.O”의 멤버이기도 했던 그녀는 지미 페이지, 믹 재거, 키스 문, 짐 모리슨.. 등과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1989년 “I’m With The Band : Confession Of A Groupie”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자서전 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에서 그녀는 그루피 시절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당시 음악계의 이야기까지 다루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책으로 유명해진 사람은 그녀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969년 “Groupie”라는 소설로 이름을 날린 제니 파비안 Jenny Fabian이다. 이 소설은 런던에서 그루피생활을 하던 제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고 하여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책 덕분에 그녀는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그루피 대우를 받았으나 후속타 불발에 그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유명한 사람이 있다. 바로 코니 햄지 Connie Hamzy이다 아칸사스 출신인 그녀는 10대이던 1970년대부터 그 곳으로 순회공연을 오는 유명한 락 스타들과는 모조리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심지어는 로드 크루들과도 관계를 가졌다니 그 수가 몇에 이를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녀의 별명인 “Sweet Connie”는 너무도 유명해서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라는 밴드는 “We’re An American Band”라는 곡에서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녀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은 세이블 스타 Sable Starr이다. 1960년대 G.T.O의 시대가 간 후 1970년대를 주름잡던 악명높은 그녀는 L.A 그루피계의 리더격 이었다고 한다. 14살이 되던 해에 세이블 군단은 이미 레드 제플린, 티 렉스, 데이비드 보위등을 점령(?)했으며, 15살이 되던 해에 뉴욕 달스의 자니 샌더스와 동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와 헤어진 후에는 평범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지금 이 기사를 읽은 사람들 중에는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던 뮤지션들이 이런 여자들과!!라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이 또한 화려한 음악계의 한 단면이다. 특히 외국과 같이 여러 도시를 오랜 기간동안 돌아다니는 락 밴드들에게 그루피는 오락이나 휴식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비록 역사는 짧지만 우리나라 음악계에도 이러한 그루피는 존재한다. (들리는 바로는, 언더계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오버의 경우는 심하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이들을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지만, 무대에 서있는 누군가를 미화하고, 신격화해서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만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을 하는 누군가가 누구누구를 따먹었네.. 이런 발언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이 있어야 수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_^
관련사이트 : Groupie Cent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