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혹은 락계)에는 유명한 커플들이 등장한다.
뮤지션의 음악에 어떤 식으로든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 그(그녀)를 천국에 가게도 지옥에 가게도 만드는 그녀(혹은 그)들…
최근 가장 유명했던 커플은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과 홀Hole의 커트니 러브Courtney Love겠지만, 그 이전에도 존 레논과 오노요코, 토미 리와 파멜라(?), 마돈나와 션 펜 등 행운과 불운의 운명적인 만남들이 존재했었다.
(하기야…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야 말로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보편적이고 신비로운 불변의 진리이거늘…)
시리즈로 나갈 “못말리는 커플”에 대한 기사는 몇 가지 전제 아래 이루어진다.
먼저, 가십은 재미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용하면 부작용이 나는 비타민처럼 그냥 웃고 말일이지 오래 생각하거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십’은 안된다. 정신 건강에 해롭다.
국민정서를 위협한다.
두 번째로, 아무리 ‘멀게만 느껴지는’ 스타들의 일이라고 해도 늘 “타산지석”의 자세를 견지하자는 것이다. 솔로거나, 커플이거나, 트라이앵글이거나(^^”), 가벼운 가십기사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잡아내어 멀고 험난한 연애의 길을 비출 호롱불로라도 쓰자 … 그 말이다.
서론이 길었으니, 각설하고, 이제 요란한 시작과 끝으로 “펑크 커플”다운 면모를 자랑했던 “시드Sid Vicious와 낸시Nancy Spungen”의 이야기를 해보자.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Sid Vicious와 낸시 스펀젠Nancy Spungen은 그야말로 못말리는 커플이었다.
정도의 차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광기의 소유자였던 두 사람 중, 시드 비셔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여, 낸시 스펀젠이라는 인물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시드 비셔스의 연인인 낸시 스펀젠은 태어날 때부터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태어났다.
1958년 2월 27일, 청색증을 갖고 태어난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병으로 인한 고통과 울음으로 보냈다.
악몽과 통증과 정신적인 불안감 속에서 영특하지만 매우 신경질적이었던 그녀에게 해방구가 된 것은 “음악”이었고, 애시드 락Acid Rock과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음악을 특별히 좋아했다.
공립학교를 관두고, 기숙학교를 들어가고, 대학교 때 퇴학당하고, 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낸시는 부모가 사준 뉴욕의 아파트에서 고통을 잊기 위해 옛날부터 사용하던 약물에 의존하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그녀의 삶을 바꾸는 진정한’ 만남을 갖게 되는데, 바로 펑크 음악과의 만남이었다.
그녀는 가장 뜨고 있던 음악을 만나는 행복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낸시에게 “성공”이란 것은 그런 음악을 하는 ‘밴드의 여자’가 되어 스타와 결혼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뉴욕을 떠돌던 소문 중 섹스 피스톨즈라는 영국 펑크 밴드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낸시는 영국으로 가 그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연인인 시드 비셔스를 만나게 된다.
잘 알려졌듯이, 시드와 낸시는 낸시의 친구 “린다”의 집에서 첫만남을 가진다.
시드와 낸시는 이후 “영혼의 짝”으로 여러가지 요란한 소문들과 함께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시드가 멜로디 메이커지와의 인터뷰에서 ‘낸시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 본 일이 없고, 그녀 없이는 살아갈 수조차 없다’고 공언한 것 쯤은 별 것 아니다.
헤로인을 비롯한 약물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날 때조차 시드와 낸시는 함께 짝을 이루어 연루되었으니… 그야말로 부창부수라고 해야 하나? -_-;;
낸시가 시드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다지 달갑게 보지 않았던 섹스 피스톨즈의 다른 멤버들과 매니저 말콤 맥라렌은 1978년 1월에 시작된 미국 투어에 낸시를 빼놓고 가야 한다고 통고한다. 영국에 낸시를 남겨두고 떠난 섹스 피스톨즈의 미국 투어는 하지만, ‘대재난’이라고 표현될 만한 것이었다.
멤버들이 무대에서 난투극을 벌였고, 그들의 펑크는 의미를 상실하기에 이르고 섹스 피스톨즈는 또다른 “팝 밴드”가 되어간다.
낸시가 있는 런던으로 돌아온 시드는 더 많은 헤로인과 그녀와의 시간에 빠져든다.
몇 달 후 영국 생활에 환멸을 느낀 그들은 파리로 갔다가 섹스 피스톨즈에 관한 영화인 “The Great Rock-n-Roll Swindle”에 출연하는 시드때문에 뉴욕으로 가게 된다.
뉴욕 첼시 호텔 100호에 묵게 된 시드와 낸시.
우울증에 빠진 낸시는 점점 더 삶에 대해서 절망적이 되어갔고, 계속해서 시드에게 자신이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지 얘기했다. 그러던 1978년 10월 11일, 낸시는 호텔 룸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배에 칼이 꽂힌 채 피로 범벅된 욕조 속의 낸시는 겨우 스무살의 나이였다.
낸시의 사망을 경찰에 알리고, 낸시의 살해범으로 체포된 시드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그가 대답한 말은 “왜냐하면 난 개니까, 난 더러운 개야. Because I am a dog. A dirty dog.”이었다고 한다.
보석으로 풀려난 시드는 그의 엄마와 머물면서 낸시의 어머니에게 그가 낸시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들에게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그가 죽고싶을 만큼 불행하다는 편지를 끊임없이 썼다. 그는 자신의 엄마에게 수많은 자살 방법과, 자신이 어떤 식으로 죽을 것인지를 얘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낸시에게 남기는 절절한 사랑의 시를 남기고 1979년 2월 2일 시드는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그것이 자살이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 그때 그의 나이 스물 하나였다.
정말로 시드가 낸시의 간청대로 그녀의 죽음을 도왔는지,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으로 그 역시 자살을 했는지, 우리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광적일 만큼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낸시가 단순한 그루피 중의 하나였다는 세간의 억측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낸시는 시드의 모든 것이었고, 절대적인 존재였다.
광란의 사랑은 죽음으로 막을 내렸지만 … 시드가 썼다는 낸시를 향항 사랑의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삶 자체가 불행했던 “문제아”인 한 여자와, 펑크 음악속에서 일탈을 꿈꾸었던 “살아있기엔 너무 타락하고, 죽기엔 너무 젊은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한 청년의 사랑 얘기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 Nancy, you were my little baby girl, I knew all your fears.
Such a hold you in my arms, and kiss away your tears.
But now you’re gone, there’re only pain, and nothing I can do.
And I don’t want to live this life, if I can’t live for you.
To my little baby girl.
Our love never die.”
–by Sid Vicious for Nancy Spungen
참고 자료 및 관련 사이트
서동진, “락 젊음의 반란”, 새길, 1993
임진모, “록, 그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 창공사, 1996
[얼트 바이러스] 공저, “얼트문화와 록 음악 1”, 한나래, 1996
Sex Pistols
Never Mind The Sex Pistols
Sip’s Sex Pistols Page
[음반소개]Never Mind The Bollo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