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음반 사전심의 이후의 문제를 다루면서 갑자기 왠 일제타령 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음반 사전심의라는 되지도 않는 말이 나왔던 것은 그 치욕적이던 일제치하의 산물이다.
음반 사전심의는 일제치하에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 등의 가요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하던 1930년대 초 음악을 통해 조선인들의 정서를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일본인들이 “레코드 단속 규칙”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해방 된 후에도 그 잔재는 없어지지 않고 남아서 정치적 목적으로 잘도 이용돼 왔다.
음악이 사람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는지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못한 음악들은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할 만큼 무참하게 짓이겨 버렸다.
이런 악법이 없어진 것은 1996년 6월 7일부터이다.
이 법이 없어진 데는 서태지와 그의 세력들이 큰 공헌을 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물론 서태지의 시비로 다시 한 번 이 안건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핫이슈화 시킨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지만…), 80년대 민중가요를 시작으로 정태춘, 김민기 이후 안치환, 강산에 등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할 것 없이 의식 있는 뮤지션들이 공륜(공연윤리 위원회)과 대항하여 싸웠고, 그 결과 서태지의 시비가 일기 전인 1995년 11월에 사전심의 폐지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게 되었다.
그러면 이 사전심의 폐지이후 상황은…좋아만 하고 있어야 할 상황인가?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음반 사전심의 철폐 이후, 법률안 개정을 한 행정부측은 사후 선별제도로 음반에 등급을 둬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생각되는 음반은 미성년자에게 판매금지를 하고, 방송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말들은 좋은 대안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말처럼 잘 돼가고 있을까?! 의문을 가져보게 된다.
지금까지 18세 미만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음반들은 있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방송은 어떤가?!!!
방송에서 방송금지가 될 것이라고 엄청나게 떠들고 나서 진짜 방송 못하는 곡들을 봤나?
적어도 한 곡이 이슈를 만들만큼 지명도가 큰 뮤지션인 경우에 더…
방송금지가 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고 그 곡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후에 그들은 그 곡을 버젓이 방송한다. 물론 곡 중간에 ***소리 등을 넣어가면서… 아니면 음반에는 버젓이 나온 단어를 방송에서 비슷한 단어로 바꿔가면서….
이슈화를 시키자는 건지 정말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인지 가끔 헷갈릴때가 있다.
사전심의 철폐 이후 대안으로 만들어진 방송심의…
방송가의 주위에 있는 모 그룹 매니저의 말을 들어보면, 이 방송심의의 기준이 아주 애매해서 음반을 만들어내는데 골머리를 썩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곡들의 경우에는 느낌이 이상해서 방송금지, 욕이 들어가서 방송금지…
저마다 다 다른 심의 기준을 놓고 있기 때문에 이 심의 기준을 맞추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운 좋으면 통과고, 재수없게 걸리면 통과를 못한단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경우가 아닌가?!!!
그러면 방송국의 기준은 방송국 기분대로라는 말인가?!!!
필자가 어느 한쪽의 얘기를 듣고 그 얘기만을 신뢰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몇 년 전에 그런 경우를 보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서태지’의 4집 『Come Back Home』에서 일부 곡에 “빌어먹을”이란 단어 때문에 방송금지를 당한 적이 있었다. 같은 시기 ‘Girl’이라는 밴드의 곡에는 “이런 제길~”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버젓이 방송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까지 차지하며 아무 문제 없이 방송될 수 있었다.
여기서 보자.
서태지라는 뮤지션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그렇다면 굳이 서태지의 음악에서만은 안 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한 밴드들은 되고, 영향력이 큰 밴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어디에 만들어 놨는가?! 그 영향력의 기준은 어디까지 인가?! 단적인 예 일수 있지만 방송심의의 애매한 기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한가지 더,
요즘 주류음악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H모 댄스그룹을 보면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방송이 되니 마니 시비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들의 곡 중 방송을 하지 못하는 곡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면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심의기준에 벗어나지 않게 만들려고 했는데 안된 것일까? 필자의 생각엔 일단 심의에서 이슈를 만들고자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젠 심의가 Agenda-setting(어떤 방법으로든 매스컴에서 많이 오르내리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이론)에도 이용 되는군…
이렇게 까지 된 데에는 사전심의 제도 폐지 이후 사후 선별제도의 헛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이 증명되는 사실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에야 좋은 제도들도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행착오만 겪고 있을 것인가?!
딱히 대안이라는 것을 제시하는 것보다, 지금 현실에서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씨를 뿌렸다고 나무가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함께 가꾸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