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하고 언더그라운드 발전과 함께, 아니 언더그라운드가 발전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클럽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관점에서 본 것임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클럽들의 발전 방향과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클럽 씬에 관한 이야기이다.
언론에서는 유행처럼 언더문화와 클럽에 대해서 떠들어 댔다. 그래서 이제는 ’95년 경 펑크라는 장르와 펑크 밴드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부터 클럽이라는 장소가 이슈로 떠올랐다’로 시작해서 서론에서 나열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면 95년 경부터 무슨 무슨 클럽이 생겼고 그러면서 언더그라운드가 이슈화 되고, 클럽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인디레이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등등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은 이미 구태의연한 것이 되어 버렸을 정도로 많이 해왔던 말이다.
지금 여기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클럽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 라는 전망이 아니고 지금 클럽들이 밟아가고 있는 행보에 대해 엿보고 엿들은 바를 이야기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방향이 옳고 그른 것이기 판단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드럭이 생겨나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힘을 얻어갔을 때 드럭은 그 특수한 시스템 때문에 사실상 드럭 이외의 클럽들과 매니아, 밴드들에게 드럭 공화국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그 이유는 드럭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방식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그 시스템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드럭이 어느 곳보다도 좋은 곳이겠지만).
하지만 지금 클럽들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드럭을 욕할 것만도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참고해야 할 바는 물론 모든 클럽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 클럽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클럽을 바라보는 3자의 관점에서 요즘 추세는 어느 한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밴드는 다른 클럽에서의 공연을 자제하도록 하거나 그렇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해도 밴드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클럽들이 있다. 그래서 주로 공연 하는 클럽이 아닌 다른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숨겨야 하거나 어떨때는 미안해 하면서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곤 하는 경우들을 봤다. 물론 매니저 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말이다.
자꾸 드럭을 예로 들게 되지만 클럽이 생기던 초기와 이후 얼마동안도 드럭 밴드들은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때문에 많이 문제가 됐었던 것을 보면 요즘 다른 클럽들도 그 강도에서 약간의 차이일 뿐이지 별 다를 것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클럽의 입장에서 보면 밴드와 클럽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니아 들이 주로 가던 클럽만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다면 이 매니아들은 자신이 다니는 클럽이 아닌 다른 클럽에서 공연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은 아예 접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밴드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클럽 안에서 꾸준히 공연하고 그 클럽에서 인기밴드가 됐다고 해서 우쭐해지고 그것에 만족하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노파심일까?!
물론 장르별로 클럽이 특화 된다면 그건 그나마 나은 방향이지 않을까?! 펑크는 어느 클럽이고, 하드코어 공연을 보려면 어디, 모던 락은 어디 라든지… 요즘에 이런 클럽의 색깔을 구분 하고자 노력하는 곳들이 있지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한 클럽에 밴드를 잡아 놓고자 한다면 그건 무슨 이유에서 인지…
앞에서 말한 가치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유들을 인정하고 들어간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맞을지도 어떻게 보면 틀리지도 모르는 예예한 이유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렇게 되다 보니 언더씬이 형성되던 당시, 언더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클럽 연합이라든지 밴드 연합이라든지 하는 단체가 만들어졌던 분위기와는 달리 이제는 어느 클럽에 어떤 밴드 빼기지나 않나 하는 생각들을 갖고 노려보게 되고 서로 불편해 지는 등등의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는데…
우리 나라의 언더는 생겨난지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 규모도 앞으로 발전해야 하는 규모에 비한다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제 살 깍기 경쟁을 한다면 앞으로 발전을 하게 될른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련지를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
이쯤에서 우물 안 개구리끼리의 세력 다툼보다는 진정한 음악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의 집단인 언더그라운드가 뭉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더 큰 시장까지 침투해 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언더그라운드는 음악을 상업적으로만 생각하는 주류시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면 처음의 정신을 흐리지 말고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좀 더 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서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좁은 곳에서의 땅따먹기 하는 것 보다는 골리앗을 넘어뜨린 다윗이 될 수 있도록 한 데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블루노이즈 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