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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기와 인종주의
(DJ jason 칼럼)
글을 글자 그대로 보지 마세요
1.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세요?’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며 어떤 쟝르를 좋아하는가?
사실 나는 이러한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 즐거운 환담을 나누는 것은 삶의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몰지각한 스킨 헤드족 땜시 이러한 인생의 즐거움은 짜증과 따분함으로 변하기 일쑤이다.
2. 나는 인종주의자가 싫어요
피부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이 유린되는 일은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일인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장르의 음악을 더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지탄과 멸시를 받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 인종주의자 집단으로 art rock mania를 ‘자청하는’ 자들과 death metal mania를 ‘자청하는’ 자들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LA metal, thrash metal쪽의 ‘자칭’매니아들의 인종주의적 성향도 상당하다. 최근에는 hip hop, hardcore쪽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art rock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
앨범도 그저 주요한 유명 앨범들은 좀 가지고 있고 우연찮게 구한 희귀음반도 조금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90년대 초반 전영혁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미친듯이 들었다. 이정도면 mania라 할 만큼은 아니라도 그저 ‘애호가’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러나 ‘자칭’art rock mania하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왜냐, 나는 art rock만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어느 인디레이블에서 72년 300장 한정발매로 나온 음반을 구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절대 알 수 없는 희한한 그룹 이름 대기’, ‘연도와 계보 외기’, ‘다 아는 그룹의 절대 알 수 없는 미발표곡 말하기’등으로 주제를 옮기고, 과연 이 사람이 우리나라 말을 하고 있는 걸까하는 의심이 들게될 때쯤이면 자신의 높은(?)음악적 식견에 스스로 목이 굳은 채 이탈리아(또는 영국, 특이한 경우는 칠레나 스페인일 경우도..)쪽 하늘을 바라보며 ‘그런게 있지’라고 마지막 한마디를 던진다.
Art rock이라는 장르는 특성상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좀 고상한 일을 하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모짜르트는 역시 좋아’라고 하는 저질 개그를 하는 드라마에서의 장면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그 향유층이 넓지 않다는 것도 이들의 지적 허영심을 과대시키기에 적절하다.
이러다보니 다른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진정한 인종주의자로 탄생하는 것이다!
어느 음악이나 그렇지만, Art rock 듣기의 진짜 고수들은 그렇지 않다. Art rock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러하듯 모든 장르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하나, 어떤 장르에서건 음악 듣기의 진정한 고수가 될 때 쯤이면 대개 여타 다른 장르에 대해서도 이미 왠만큼은 다 소화를 한 상태이고…
나는 인종주의자가 싫어요!
콩사탕이 싫다고 했다가 무참히 죽임을 당한 이 모군, 탕수육이 싫다고 했다가 광신도들에게 돌림X를 당한 김 모양, KKK에 죽임당한 마틴 루터 킹을 보라.
3. 대체 무신 상관인고?
소위 ‘일반인’의 삶에 있어서 음악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들의 부모님 중, 늘상음악을 가까이 하고 음반을 사모으며 음악 공연장을 열심히 찾아가는 분 있나? 뭐 있을테지만 극소수일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또는 그 의미를 별로 크게 두지 않는다.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경우에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친구들이 punk와 funky를 구별 못하건, 테크노를 즐겨 듣는다면서 이정현만 듣고 다니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들에게 음악이 어떤 가치가 있기에?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땅의 음악 풍토를 쇄신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상관이 있다.
상관이 있건 없건 무신 상관인가?
음악은 어차피 듣는 이들 개개인의 기호에 따른 것이다.
‘잘 몰라서’ 잘못 아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올바른 것이지만, 어차피 음악을 직접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쬐끔 관심이 있는 정도의 사람의 경우, 무슨 음악을 듣건 무슨 상관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타 장르의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점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만을 고집하고 다른 것을 배척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교훈은 ‘골고루 듣고 다양한 음악에 식견을 넓히자’는 것이 아니다.
평생 듣는 귀가 없이 지내도 그 사람의 인생에 손해 갈 일은 거의 없다. LA metal이 너무 좋아 그것만 평생 듣고 지낸다 한들 무엇이 나쁜가? 그런 LA metal 광 끼리만 만나서 ‘그거 그거 너무좋지!’라고 자기네들 끼리 떠들면서 즐겁게 지낸다면 오히려 그들에게는 행복 아닌가! G’n’R이 허접하다는 말을 들으며 흥분 할 필요도 없고, ‘그래도 LA metal밴드들이 연주는 잘하지’라는 동정어린 말에 쓸쓸하게 자신을 위안 할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누구의 훼방도 없이 LA metal 광 끼리 이야기하며 한 평생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은 아름다와라!
내가 보기에 아무리 허접해보이는 것이라도 어떤 삶에 있어서는 ‘전부’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이 그 음악을 또는 그 음악 만을 고집한다면 그렇게 놓아두는 것이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이 아닐까. 왜 구태여 싸우고, 그들을 내 기준으로 만든 ‘좋은 세상’으로 끌어내려 하나.
4. 음악인이라면…
그러나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당신이 독문과 학생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독문학도라면 최소한 읽어야 할 문학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런 것은 별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이런 것은 참 잘 쓰기는 했는데 내게는 참으로 재미가 없다고 생각이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독서’라는 것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장르 불문하고 반드시 들어보아야 할 음반, 음악이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는 허접할 수도 있고 별로 취향에 안맞아도 들어야 할 것이 있는 법이다.
물론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반드시 들어야하는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 역시 취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음악 듣기의 고수들이 나름대로 마련한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고전이 있기 마련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편견을 가지지 않고 다양한 고전들을 섭렵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결론
함부로 돌 던지지 마라 개구리 등 터진다.
글: DJ Jason(블루노이즈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