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모리스양 이라는 엽기적인 여인이 대신 펜을 들었다. 그녀의 미모는 하늘을 찌르고 글발은 땅을 울리니 DJ Jason은 디딜 땅이 없구나.
1. 절망이란 무엇이며 또한 분노란 무엇인가?
새 천년을 앞둔 1990년대 후반, 젊은이들은 절망과 분노를 노래하였다. 염세적, 비관적인 노래와 영화는 많은 좌절한 젊음의 마음을 울렸고 또 한편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과격한 음악과 화면 또한 젊은 피를 끓게 했다.
‘세기말’의 비관과 분노의 정서는 전세계 문화의 주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절망하고 분노하게 했나?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절망 속에 지내는 사람의 90% 이상에게 있어서 그것은 감정의 사치라고.
지금 절망하고 분노하는 당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뭐가 그리 절망스러운지. 고기 먹으면서 밥이 없어 절망하는 것은 아닌지.
노력 없는 절망과 생각 없는 분노는 90년대 음악계를 뜨겁게 달군 하나의 축이 되었다.
3. HOT가 세상에 대한 분노를 노래한다?!?!
RATM을 표절한다고 그들의 정신까지 표절할 수 있을까?
하긴 HOT정도라면 미래 없는 젊음의 대표주자라 할 수도 있겠다.
자꾸 몸값만 올라가다 보면 이수만의 버림을 받을 것이고 5명중 몇 명이나 계속 그 바닥에 붙어있을 수 있겠나.
그러고 보면 어쩌면 그들은 정말 세상에 대한 깊은 절망과 분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 바닥이 뭐 그렇것 아니겠는가.
그 바닥의 시나리오는…. 이름없는 젊은 애들 모아서 한 돈백 쥐어주고 몇 년 계약해서 키워본다. 단물 쪽쪽 빼먹고서 계약기간 끝나면 돈이라고는 한 푼도 못 번 말 잘 듣는 젊은 애들은 버림받는다. 운 좋은 극소수는 재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극소수이고, 그들의 운명도 과히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HOT, 젝키 같은 애들이 세상이 어쩌고 ‘그들’의 ‘위선’이 어쩌고 하는 거 보면 기획사 인간들한테 구역질이 난다.
지도 춤추다 몸 망가졌으면서 양현/양하 단물 빼먹는 박진영을 보라.
진정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절망과 분노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그냥 심심해서 절망해보는 작품도 있는 것이다.
4.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던 flower movement는 어디로 갔나
60년대 후반, 그 많은 히피들은 지금 뭘 하고 있나.
그들이 자라서 만든 미국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나.
유행 따라 외쳐댔던 사랑과 평화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의 논리를 낳은 것인가.
69년의 그들은 어디로 갔나.
이런 생각이야 말로 나를 진정 절망스럽게 하는 것인 듯싶다.
5. 이걸 어쩌나 이젠 세기 초 인걸…
세상은 변한 것이 없지만 ‘세기말’의 정서는 ‘새천년’이라는 거창하고 헛된 희망 앞에 무릎 꿇었다.
너도나도 새 천년의 희망을 이야기하다 보니 절망과 분노의 정서가 발 디딜 틈이 없다.
그저 유행 따라 절망하던 젊은이들은 이제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저 유행 따라 반핵/반전의 구호를 외치던 flower people은 이제 다국적 대기업을 통한 세계정복을 꿈꾼다.
사랑을 잃고…. 그저 유행 따라 불렀던 유행가가 이렇게 나의 가슴에 쓰라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6.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 ‘애니홀’을 아느냐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영화에 다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눈 있는 자는 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