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밴드들의 취미생활의 하나인 스케이트 보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스케이트 보드는 특히 펑크 밴드들이 많이 즐기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5월에 발매될 “아우어네이션 4집”에 참여하게 된 레이지본의 보컬 겸 기타를 맡고 있는 노진우님에게서 스케이트 보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블(블루노이즈 이하 블) : 밴드들 중에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노(노진우 이하 노) : 옛날에는 스케이트 보드를 많이 탔어요. 드럭 밴드들은 거의 다 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블 : 펑크 밴드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나보죠?
노 : 조성삼씨라는 분이 우리나라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기 시작했고, 펑크 밴드들 사이에서 유행뿐만 아니라 96, 97년에 우리나라에서 스케이트 보드 붐이 일어났었어요. 그때 스케이트 보드를 타던 사람들 중에 펑크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블 : 우연인가요? 펑크 밴드들이 많이 생겨나게 된 것은?
노 : 저도 마찬가지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펑크 밴드를 많이 하는 건 스케이트 보드 음악 때문일 거예요.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 나오는 음악이 거의 Offspring, NOFX, Penny Wise 같은 팀의 곡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X게임(보드, 인라인스케이트, Bike게임, 절벽타기 등의 게임)’ 스케이트 보드 분야에서 깔아주는 음악도 Penny Wise의 음악이구요. 그래서 그런 음악을 듣다가 보니까 펑크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구요.
블 : 그러면 진우씨는 언제부터 스케이트 보드를 타기 시작했나요?
노 : 96년부터 일산 호수공원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게 됐어요. ‘Heavy Fog’라는 보드팀을 만들어서 스케이트 보드 연습을 했는데 거기서 초기 레이지본 멤버들을 만나게 됐구요.
블: 그러면 레이지본 멤버들은 그 전까지는 음악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었나요?
노 : 그때 멤버들은 그랬어요. 그때 음악을 해보자 해서 악기를 샀고, 그때부터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저는 그때 드럼을 배웠구요. 당시 베이스 윤세형이 베이스겸 보컬을 했었구요. 그러다가 저도 드럼이 안됐고, 베이스가 노래가 안돼서 포지션이 바뀌게 됐죠. 저는 기타를 배우면서 기타, 보컬을 맡고 윤세형은 베이스로 포지션을 바꾸구요.
그때는 참 결속력이 강한 밴드였어요. Hungry정신 같은 게 통하거든요.
블: 헝그리 정신이요?
노 :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처음 스케이트 보드가 유행할 때는 부르주아 애들이 많기는 했어요. 보드가 비싸고 그러니까요.
근데 일산에서 보드를 타다가 밥 먹으로 가는 길도 너무 멀고 해서 그런 것들을 할 때 결속력이 대단했어요. 돈을 걷어서 밥을 사먹는데 그때도 그랬구요. 타는 애들을 보면 헝그리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애들이죠.
외국은 돈 없는 애들이 타는 건데 우리나라는 안 그랬었어요. 물론 지금이야 대중화돼서 아무나 타지만요.
근데 저는 부르조와 아니었어요. 그냥 그런 애들이 많으니까 보드를 잘 버리거든요. 그러면 좋은 걸 중고로 싸게 사서 탔었죠.
블: 보드 가격이 얼마나 하는데요?
노: 14~15만원 정도해요. 그리고 이게 소모품이라서 3개월정도 타면 7만원정도 주고 테크(보드의 판)를 바꿔줘야 하구요. 트럭(바퀴를 끼우는 장치)도 교체해야 하고 휠(바퀴)도 바꿔야 하구요. 돈이 많이 들죠.
블 : 가격이 많이 비싸군요… 그러면 보드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노: 프리스타일 보드(구형이고 붕어빵 모양처럼 보통 보드보다 넓게 생겼음), 요즘에서 일반적인 보드가 있고, 또 Mountain 보드 등 다양한 보드들이 있어요.
프리스타일 보드 같은 경우에는 기술을 하기 쉽고 대신 무거워서 점프가 힘들구요.
보통 보드는 점프는 쉽지만 반대로 기술이 조금 힘든 경향이 있어요.
블 : 다양한 기술들이 많은 것 같던데 어떤 기술들이 있을까요?
노 : 진짜로 다양한데요. 샤빗, 알리, 알리팝, 패키, ON-AT, 패키, Three Sixty, 플립(힐플립, 킥플립), 그라인드, 슬라이드(Nose Slide, Tail Slide), Impossible 등이 있어요.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점프해서 보드를 이용해 도는 동작들을 말하는 거예요.
휠을 이용하느냐 데크를 이용하느냐.. 어떤 방향으로 도느냐에 따라서 나눠지는 거죠.
블: 다양한 기술들도 연습하고 보드를 타고 그러면 에피소드 같은 것도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
노 :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너무 너무 더웠던 97년 여름에 일산 호수공원에서 보드를 탔는데 말 그대로 무지 더운 거예요. 호수 공원에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루요.
그래서 팀들이 모두 팬티만 입고 보드를 탔어요. 그래도 너무 더워서 호수 안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어요. 물도 더럽고 잉어도 많고 그렇기는 하지만 물장구도 치고 시원하게 잘 놀았는데 그 다음날 그 물에 들어갔던 애들은 다 집에서 못 나온 거예요.
밤새내내 몸을 긁어야 했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다 나고 다 들 피부병에 걸렸었어요 ^^;;
블 : 지금도 스케이트 보드에 애착이 많이 가고 타고 싶기도 할 것 같은데..
노 : 그렇죠. 많이 타고 싶죠. 근데 요즘에는 시간도 없고 보드를 타면 몸이 피곤해지기 때문에 음악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못 타고 있어요. 드럭 밴드들이 다 그렇죠. 근데 누가 드럭에 보드 갖고 오면 그날 그 보드는 거의 못쓰게 된다고 봐도 돼요. 다 들 한 번씩 타보고 놀거든요^^
스케이트 보드는 제 인생을 어떤 전화점이 됐기 때문에 애착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누구든지 취미생활로 하기에 아주 좋은 운동이예요.
블: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싶겠어요?
노 : 나중에 돈 벌면 스케이트 보드 하나 사서 일요일날이면 타러 다닐 거예요. 저한테 보드는 저의 상징 같은 걸 수도 있으니까요.
블 : 스케이트 보드를 많이 좋아하는 게 느껴지네요…^^ 스케이트 보드 타는 것도 포기하면서 작업한 아우어네이션 앨범 녹음 작업은 잘 끝났나요?
노 : 녹음이랑 마스터링 끝나고 이제 곧 나올 것 같아요. 착찹하기도 하고 이제는 결과만을 남겨놓고 있는 거니까요. 불안하기도 설레기
합니다.
블 : 음악활동 열심히 하셔서 꼭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스케이트 보드도 사잖아요..^^좋은 활동 기대하구요.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레이지본의 보컬 노진우에게 있어서 스케이트 보드는 인생의 전환점 역할을 해 준 매개체였고 그래서 그가 얼마나 스케이트 보드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인터뷰 였다.
누구나 한번씩은 전환점이라는 것이 있었겠지만 우리 나라 펑크 밴드들 중에 스케이트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위의 경우들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음악이든 보드든 어떤 매개체를 만나서 미래를 멋지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 올려 볼 수 있었다.
어떤 동기에서든 음악을 시작하고 어렵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은 더 멋진 인생의 전환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언제가 우리 나라 인디도 이런 밴드들에게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만큼 알차게 커갔으면 하는 약간은 어색한 결론에 도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협조해 주신 레이지본의 노진우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나올 아우어네이션 4집이 좋은 결과를 얻어 멋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나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