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야기에 앞서,
인디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보러 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
“요즘 공연 보러 가기 즐거우세요?”
“요즘 어느 밴드가 잘하나요?”
“요즘 밴드들의 음악이 예전에 비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 아마도 선뜻 대답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클럽이나 밴드의 수를 손에 꼽을 수 있었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공연 문화의 안정과 확산으로 밴드도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고, 클럽 공연 역시 양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라는 단어가 이제는 특이한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또한 지금의 모습이다.
밴드들이 많아진 만큼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음악 역시 다양해졌고, 인디 내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하드 코어나 힙합 외에도 노이즈 팝이나 슈게이징 등… 소수의 매니아들이나 찾을 것 같던 음악을 하는 밴드들도 생겨났다.
자신에게 맞는 취향대로 공연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클럽에 따라 특정한 장르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어 “** 클럽에 간다”고 하면 어떤 장르/밴드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다양한 공연 문화의 정착과 다양한 장르의 밴드/ 음악으로 인디씬은 겉보기에는 나날이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단순히 인디 음악의 발전을 증명해주는 것일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남은 인디 음악을 지켜봐 온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열악했던 시절에 존재했던 특별한 밴드와 특별한 공연들, 그리고 긴장된 자세로 최고의 음악을 하기 위해 애쓰던 밴드들의 모습을.
인디 씬이 점점 팽창해 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밴드의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리우는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밴드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것인지, 알게 모르게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인지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음악을 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요즘 매일매일 생겨나고 사라지는 밴드들의 태도를 보면서 느낀다.
지금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밴드는 많은데 밴드가 없고, 공연은 널려 있으나 차별성을 가지고 감탄할 만한 공연을 찾을 수 없는 시기다.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성을 가지게 되었고, (물론 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뀐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일상적인 공연 문화가 정착하면서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밴드들 역시 일상적인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다.
어떤 것이 규모가 커지고 안정되어 간다는 것은,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보수성을 그 내부에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체되고 머물고자 하는 어떤 것의 이면에는 항상 변화의 원동력을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역시 존재한다. 지금 인디 씬과 밴드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주나 현실 만족이 아니라 느슨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