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나 언더그라운드 자체의 시스템과 외부와의 관계들에 관해 여러가지 내용을 다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연 때 밴드 처후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될 필요성을 느꼈고, 앞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이 활동하기에 좀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참여하게 되는 공연들은 몇 가지로 나눠진다.
먼저 클럽 공연을 들 수 있겠고, **페스티발이나 콘서트 등의 형식으로 열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공연, 그리고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인기(?)를 얻은 밴드들 같은 경우에는 트라이포트처럼 외국밴드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이런 공연에서 밴드들은 무대의 화려한 조명만큼이나 좋은 대우를 받아왔을까.. 아니면 무대를 내려가서는 허탈함만을 안고 소주 한잔에 자신의 신세를 안주삼아 한탄하면서도 참았어야만 했을까…
위에서 예를 든 몇 가지 경우들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클럽 공연 같은 경우, 극히 일부 밴드를 제외하고는 Pay(이하 페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클럽에서 몇 달 이상, 아니면 몇 년 이상 공연을 하고 그 클럽에서 만큼은 인기밴드로 올라선 경우 그나마 공연 한 번당 2~3만원 정도의 페이를 받는다. 이런 밴드는 주로 주말에 공연하는 밴드 중에 한,두팀 정도 있을 뿐이지 나머지 밴드의 경우는 아예 페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언더그라운드에서 잘 나가는 몇 팀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페이를 받는 경우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밴드들은 언더그라운드를 통틀어서 10팀이 될까 말까 하는 정도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연 하는 밴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실력은 결코 서울밴드에 뒤떨어지지 않지만(평균적으로 뛰어난 경우들이 더 많다) 이들은 한 번 서울 공연을 위해 자비를 모아 공연 한 번 하고 내려가면 거지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배려해 주는 클럽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클럽들이 이들에게 주는 페이는 겨우 한사람 차비에 미칠까 말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클럽 공연이 이런 실정이라고 치자. 클럽도 영세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겨우 클럽을 유지해가기도 힘든 상황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다고 인정하자.
그러면 상대적으로 페스티발이라는 이름을 내 건 공연들은 어떤가?! 이런 공연들도 별 다를 건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언더인지 오버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밴드들.. 그런 몇몇 밴드들은 그나마 공연한 만큼의 대우를 받는 밴드들도 있다(앞에서도 말했지만 몇 팀되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작년에 가장 성공적이었고, 관객들도 많이 왔고, 자본력이 있는 회사에서 주최한 S페스티발 같은 경우, 메인스테이지의 밴드들은 그나마 공연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브스테이지에 섰던 밴드들 같은 경우, 지방에서 올라와서 공연한 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푼의 페이도 받지 못했었다.
서브스테이지에 섰던 밴드들은 공연 전날 밤 늦게까지 리허설을 했었고, 딱히 갈데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들에게 페이도 잠자리도 제공하지 않았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것이라고는 공연 당일 점심때 나왔던 도시락 한 개가 전부였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무대는 화려했고, 무대에 있는 밴드들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 공연이 끝나고 나서 밴드들은 허탈했다. 그렇다고해서 밴드가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했었다(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것은 밴드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불만을 토로한 밴드가 있으면 건방지다 내지는 더한 말로 밴드를 왕따(?!)시켜버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어떤 밴드라고 그런이 두렵지 않겠는가?).
지금 이것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의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다.
운이 좋아서(?!)… 그것도 있겠지만 어느정도의 실력을 인정받아 기획사에 소속돼 있고, 앨범까지 낸 밴드들의 경우에도 별 다를 것은 없다. C모 밴드나 D모 밴드로 대표되는 그나마 잘나간다는 밴드들 외에 나머지 밴드들은 앨범을 냈던 그렇지 않던 별 다를 것은 없는 것 같다.
앨범 홍보 공연이라는 명목의 공연에서는 무페이로 지방 순회공연까지 돌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기획사에서 잡아주는 공연인 경우에 공연하고 받은 페이의 반을 기회사가 가져가기도 한다. 이런 밴드들의 경우, 공연 뿐만 아니라 앨범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아까운 앨범 하나 묻히는 경우도 있고, 자신들의 앨범이 얼마 팔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앨범에 관한 인세조차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는 경우들도 많다.
이렇게 언더그라운드에서 조차 잘 나가는 밴드 외에 몇 밴드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연에 관한 이야기니까 작년에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Rock Festival이라고 할 수 있었던 T Rock Festival을 보자. 그때 우리나라 밴드들에 대한 대우는 어땠는가?!
공연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당일 밴드들은 Back Stage에서(여기에서도 외국 팀들과 우리나라 팀들의 대기실은 하늘과 땅차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대우를 받았었다) 기다렸지만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밴드는 겨우 한 팀에 불과했다. 메인 스테이지의 밴드 중에 한 팀이지 서브 스테이지에서 공연하기로 했던 팀들 중에서는 한 팀도 무대에 서보지도 못했었다.
날씨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나마메인 스테이지에서 외국팀들의 공연은 이루어졌다. 공연 당일까지 완성되지도 않았던 서브스테이지는 폼잡자고 만든다고 떠들어대고 밴드를 섭외했었던지… 상대적으로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고 마냥 좋아했던 밴드들은 어디가서 하소연을 했어야 했나?!
일부 클럽이나 공연 기획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봐야 지네들은 밴드야~”
밴드가 뭐란 말인가?! 자신들(기획자나 클럽)에게 필요할 때 군소리없이 무대에 서주고, 필요없어지게 되면 아무런 대가가 없이 공연을 취소해버리고 무시해버리면 되는 존재인가?! 그래도 밴드들은 아무 소리 하지 말란 말인가?! 밴드가 봉이란 말인가?!
밴드와 기획자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밴드를 키워주고, 자신들 때문에 밴드가 잘됐다고 믿고 있다. 기획자가 없이도 밴드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밴드없는 기획자가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뭔가 착각을 해도 크게 착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바꾸는 것은 밴드가 열심히 해서 자신들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 밴드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밴드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 한가지 더 필요한 것은 관객과 매니아들의 사랑이다.
이들의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고, 이들의 모습에 갈채를 보내주고 이들의 편이 돼준다면 밴드들은 힘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무대위의 화려한 모습에 박수갈채를 보내주지만 그들의 화려함만을 쫓기보다는 진정으로 그들의 음악을 수용할 열린 자세를 갖고 한 장의 앨범을 더 사주고 한번의 공연을 더 보아주는 것이 밴드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열악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밴드들과 관계자들만은 아니다.
보다 더 큰 힘은 관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