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을 마다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문화가 꽃을 피우던 그리이스 로마 시대에도 어둡기 그지없던 중세의 암흑기에도 미소년은 찬양의 대상이었다. 미소년은 예나 지금이나 문학과 음악 등 예술작품의 소재인 동시에 꿈 많은 소녀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이러한 미소년의 파워를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다섯을 모아 파워 레인저를 능가하는 힘을 지닌 유기체로 만들 생각을 한 사람이 등장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 속담을 명심한 그는 신의 계명을 받아 적당한 노래실력과 춤 실력을 지닌 다양한 장르의 미소년을 모아 팀을 결성했으니 그게 바로 뉴 키즈 온 더 블락 New Kids on the Block이다.
이렇게 탄생한 뉴 키즈는 박사님의 뜻을 받들어 당시 음악계를 점령하던 수많은 군단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소녀들은 이들의 활약에 환성을 질렀으며, 이들은 의기양양하게 불패의 신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전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불사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게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니까.. –
백만돌이 에너자이저도 언젠가는 그 힘이 다하기 마련인 잔인한 현실 앞에 -요즘은 충전이 가능한 에너자이저도 나왔다. 하지만 그걸 써본 사람은 안다. 한 번 충전하고 나면 그 힘이 예전만 못 하다는 걸. 영원한 백만돌이는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 뉴 키즈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7년이라는 화려한 생애를 마감한 이들의 빈 자리는 처음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더욱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내고자 연구욕에 불타는 욕심쟁이 아저씨들의 작품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하지만, 형만한 아우 없는 법이고, 원본만한 카피본은 없는 지라 그 후 몇 년 동안 음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그 사이에 강렬한 사운드를 주무기로 하는 변종과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을 내세운 별종이 등장했지만, 그들의 생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장하다! 미소년군단이여!)
그리고 20세기가 그 종말을 맞이하려던 어느 날 혜성처럼 새로운 소년들이 등장을 했으니 그들이 바로 백스트리트 보이스 Backstreet Boys이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태어난 이 다섯 명의 미소년은 올란도 시내 벼룩시장에 있는 한 가게의 이름을 그대로 따고는 의기도 양양하게 유럽 땅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벼룩시장, 세계시장을 점령하다! –
1996년 유럽과 캐나다를 점령하고 97년 미국에 상륙한 이들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금발머리소년 닉 Nick과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조각같은 외모의 브라이언 Brian, 강렬한 느낌의 에이 제이 AJ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끝내 데뷔앨범으로 전 세계 천만 인구의 가슴에 사랑의 하트를 그리는 데 성공을 거뒀다.
그 후 잠깐의 파워 업그레이드 시간을 거쳐 99년 [Millenium]이라는 무기로 다시 한 번 그 당당한 위용을 보인다. 일주일 만에 백 십만 명의 사람들을 구출한 이들은 당당히 그 부문 기록을 갱신하였고, 보무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앗! 그런데.. 적기가 출연했다. 그들이 한창 유럽 땅을 점령하던 시기에 탄생한 엔 싱크 ‘N SYNC라는 이름의 애송이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같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놀랍게도 같은 별 출신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중 크리스Chris대원은 놀랍게도 BSB의 하위 Howie 대원과 같은 교육원 출신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같은 고등학교, 같은 합창반 출신이라는 말이다.)
자신들의 하나된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대원들 이름의 끝자를 따서 태어난 이들은 라이벌들과 마찬가지로 유럽 땅을 먼저 점령한 후 98년 미국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 다섯 명 중 어린 시절 TV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어린이 친구들의 다정한 벗이었던 두 대원, 금발의 미소년 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Timberlake와 검은 머리가 매력적인 제이씨 쉐이즈 JC Chasez를 선두에 내세운 엔 싱크는 1999년 한 해 다섯 번이나 1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리고는 1999년 10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옛 격언을 명심해서인가? 엔 싱크는 BSB와 진지를 공유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이에 분개한 우리의 용감한 BSB군단은 사령관에게 당신들 이런 식으로 할거면 우리가 적지로 가는 수가 있어!라며 협박을 하기에 이르고 -이 얼마나 아름답지 않은 행동이란 말인가! -,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했던 자이브군은 (BSB가 소속되어있는 자이브레코드사 JIVE Records) 아주 태연하게 배째라 전법으로 둘 다를 자신들의 진지에 머무르게 하는데 성공한다. (솔직히 BSB가 가봐야 어디를 가겠는가? 새로운 곳에서 이들을 해부해 악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BSB가 오랫동안의 활동을 멈추고 잠깐의 휴식기에 들어가 재정비를 거치고 있는 동안, 엔 싱크가 해성처럼 등장했다. 3월의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각오로 방송국을 점령하고 30분에 한 번 꼴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 세계의 백성들에게 알린 이들은 일주일 만에 무려 이백 사십만의 미국국민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숫자란 말인가. 하느님보다도 유명하다고 큰 소리 빵빵쳤던 비틀즈보다도 더 강한 파워를 자랑하지 않는가? 역사상 이렇게 엄청난 숫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혹자의 말처럼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선전에 힘을 얻은 진지는 파티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그 덕으로 10월 재가동에 들어가는 BSB의 파워도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이런 걸 가리켜 어부지리라고 하던가?)
그 결과 지금의 음악계는 외양만 다르지 별다른 개성이라고는 없는 두 개의 미소년댄싱집단이 양분하는 형상을 띄게 되었다. 영국 유수의 음악잡지인 롤링 스톤이 Rolling Stone이 “둘 중 누가 더 나을까요?”라는 사뭇 진지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징가 Z 와 그랜다이저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본인으로서는 둘 중 어느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오늘도 엔 싱크는 지구의 소녀들을 다른 적들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종횡무진 뛰고 있다. BSB가 자신들을 위협하는 이 순간에도 굴하는 법이 없이.
언젠가는 BSB가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