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뮤지션들의 음악 아닌 다른 이야기들을 다뤄왔었고, 이번 호에서는 다른 이야기들보다는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 일 수 있는 황당했던 공연들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뮤지션들은 힘든 음악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맥락 중에 하나로 자신들과는 잘 맞지 않는 무대지만 공연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공연은 하는 편이다. 이런 공연 중에는 정말 황당한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내용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락페스티발 형식이 아닌 대부분은 일반 행사에 가서 축하공연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연 같은 경우에 Rock 음악이나 밴드의 음악에 대해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기획을 맡은 경우가 많아서 밴드들도 사운드나 조명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포기를 하고 공연에 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너무 황당한 경우를 당한 공연들이 있다.
작년 여름무렵 필자가 아는 팀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주최는 **은행이었다.
공연 무대는 바닷가였는데 Rock 밴드들이 공연하기 바로 전에 공연을 한 것은 실버(60세 이상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관현악단이었다.
공연 시간이 지나고 밴드가 무대 셋팅을 해야 했으나 앞의 실버 관현악단은 앵콜요청이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시간 30분이 넘도록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곡들을 계속 연주해서 공연 시간을 지연시켰다.
물론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실버악단의 곡들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베싸메무초> 등 트로트 일색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고, 웃어넘길 수 있었다.
공연을 주최하는 곳에서 사회자 나왔는데, 혼성 4인조(?!) 그룹사운드로 밴드를 소개했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_-;;
어쨌든 공연은 시작됐고, 한 팀의 공연이 끝났다. 바로 다음 무대는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잘 알려진 얼터너티브 색깔이 나는 모밴드가 셋팅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주최측에서 ‘**은행의 명가수 **를 소개합니다.’그러더니만 위아래 꽃분홍색 옷을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하고 썬글라스를 낀 어떤 여자 분이 나오더니… <아리랑 처녀>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뒷 밴드와는 너무 맞지않는 설정….
웃어 넘기기에는 뒤에서 셋팅하고 있는 밴드가 왜 그렇게 서글퍼 보이던지…
또 어떤 밴드는 동대문의 쇼핑몰에서 밤 11시 이후에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 밴드가 공연을 하려고 도착했는데 앰프도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클럽의 앰프를 동대문까지 싣고 와서 공연을 준비했어야만 했다. 더 한 것은 무대의 크기이다. 이들의 표현에 의하자면 딱 밥상만한 크기였다고 한다.
드럼 셋트 하나를 간신히 놓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
드럼을 무대위에 올려놓고 나머지 멤버들은 길바닥에서 공연을 하는데, 공연 시간도 12시가 넘어갔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보컬 앞에 쇼핑백을 든 쇼핑객들이 지나다녔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본 또 하나의 공연이 있다.
롯데월드에서 자체 행사의 일환으로 하던 인디 락 페스티발이라고 해서 주말 낮에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그날 공연에 가보았다.
놀이 공원에 큰 무대들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롯데월드의 공연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하고 가 본 그 공연은 정말 황당했다.
공연을 하러 온 밴드들을 안내하는 직원이 비교적 큰 무대를 지나쳐 가는 것이다.
이들이 밴드를 안내한 곳은 자이로드롭(70m를 2초에 떨어진다는) 바로 옆의 무대 같지도 않은 조그만한 무대에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묻히고도 남을 작은 용량의 스피커들 몇 개가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이 공연한 시간은 주말 오후 3시.
자이로드롭을 타려는 사람들은 무대 가까이까지 줄 서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세팅하고 있는 밴드는 바로 옆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고 지나갔다.
햇빛이 쨍쨍비치는 주말 오후에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는데 자이로드롭과 함께 2초만에 떨어지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
상상만해도 황당하지 않는가?!
그밖에도 야외공연의 경우는 밴드가 공연을 하러 가서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자체 행사 때문에 시간이 길어졌다면서 하루 종일 기다린 밴드에게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시끄러우니까 공연을 중지하라고 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또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그래도 선택했었야 할만큼 사랑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 길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그들이 정말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아야만 하는건가?! 술취한 사람들의 술주정을 들어줘야 하고, 동물원의 원숭이 마냥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가?!
너무나도 무지한 사람들이 마냥 원망스럽기만 하다.
필자가 밴드들의 다른 이야기들에 관한 기사를 쓰는 동안 항상 결론은 같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쯤 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뮤지션 탓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환경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