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의 모순과, 가요 음반계의 왜곡을 타파하기 위한 젊은 제작자들의 모임’
2000년 6월 20일 홍대 앞의 클럽 피드백에서 인디씬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형식의 음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들의 단체 ‘독립 음반제작자 협회’ 의 창립식이 열렸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는 진정한 의미의 인디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제작과 유통까지 독립자본에 의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매체들에서는 언더그라운드씬을 ‘인디’라고 명명하면서 땜빵기사나 이슈를 위한 이슈화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온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독립음반제작 여건을 만들기 위해 이날 올바른 마인드를 가진 제작자들이 모여 단체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독립 음반 제작협회의 발기인들은 임시 회장을 맡고 있는 전 경기방송 PD(현 Imstation PD) 조경서, 라디오 레이블의 고기모, 김가영, @in Music(전 재머스 레이블)의 김영도, 팔레트 뮤직(마루)의 김웅, 강아지 문화/예술의 변영삼, C-Can Music의 성우진, Sobi(마이언트메리)의 손영섭, 피드백 전상면, 스펠사운드(고스락, 로튼애플)의 박진성, 황호선, Random Music(위퍼)의 황옥주 등이다.
이들이 단체를 창립해서 할 일들은 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진 자본과의 접촉을 가져 음반 제작 여건을 개선하고, 메이저 만큼의 질에 독립적인 형식을 더 해 새로운 음반 제작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식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측면의 공조로 이루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창립초기이고, 앞으로도 많은 신입 레이블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단체들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었지만 이들은 “탁상공론 보다는 실제적 성과를 만들어가는 협회”, “인디계의 발전과 회원간의 교류를 통한 실리 추구” 등의 실제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한다.
2000년 5월 8일, 홍대의 한 클럽 롤링 스톤즈가 하루 밤사이의 화재에 의해 그만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1996년 6월 오픈한 이래 윤도현밴드, 마루, 닥터코어 911, 루프, 할리퀸, Mr. Soul 등 수많은 유명 언더밴드들이 공연을 가지고 집처럼 여기던 이 클럽은 그 동안 언더에서 가장 인기있고 영향력있는 클럽 중의 하나로 인정받아왔다.
롤링 스톤즈라는 이름을 가진 클럽에 불이 잘 난다는 건 클럽 계의 통설로 통하는 상황에서 이번 화재는 같은 이름의 세 번째 화재라는 점에서 화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내부수리중”이라는 팻말이 붙은 가운데 공사가 시작되었고,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중 클럽들이 모였다.
롤링을 살리자는 게 취지였다. 다들 힘들지만, 십시일반의 두레정신을 살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클럽대표들은 자신의 클럽에서 공연하는 대표적인 팀들을 모아 무보수의 공연을 하고 그 수익금을 롤링에게 건네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6월 25일. 연대 대강당에서 공연이 열렸다. 무대의 양 옆에 부적이 붙어있는 가운데, 닥터 코어 911, 크라잉 넛 & 자니로얄, 레이니 썬, 힙 포켓, 허클베리 핀, 체리필터, 마루, 루프 등의 대표적인 언더밴드와 시나위, 리아, 거리의 시인들, Gigs, 박기영 등의 오버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 공연에는 3시와 7시 2회의 공연에 각 오 백 명 정도의 사람들의 몰려서 성황을 이루었다.
넓은 강당과 시원한 냉방 덕에 쾌적하게 즐긴 이 공연은 환상적인 조명 때문에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단지 팀 당 3곡에서 4곡 정도를 연주한 점과 넓은 공간에 비해 음향시스템이 약한 탓에 조금 소리가 일그러진 점이 아쉬웠다. 어찌되었거나 이 공연이 롤링을 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