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이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다. 그러나 어찌하리… 천성이 지각생인 것을. 사죄의 뜻으로 내 눈을 후벼 파는 사진을 싣는다. 눈 속 깊이 사과한다.
지난 6월에는 RATM의 공연이 있었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있었기에 너무 짧은 공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Floor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급기야 윗옷을 벗었는데… 그 끔찍한 몰골에 내 주위에는 동네 개들이 몰려들었다.
옷 벗은 내 몰골은 이렇다.
어찌 되었건, RATM의 공연은 가본 사람이건 안 가본 사람이건 큰 뉴스거리가 되었던 사건이다.
그런데, 여러분, 전설의 재즈 피아니스트 맥코이 타이너(piano)의 공연 또한 지난 6월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McCoy Tyner는 사실 재즈 팬에게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 될 수 밖에 없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진정한 거장이다.
피아노 건반 첫 음 만으로도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어버린다.
그는 버드 파웰 (Bud Powell), 씰로니우스 몽크 (Thelonius Monk), 챨리 파커 (Charlie Parker),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아트 파머 (Art Farmer), 베니 골슨( Benny Golson)등의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연주를 하였고,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던 재즈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인이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다.
![]() McCoy Tyner |
나의 꿈 중 하나는 맥코이 타이너가 죽기 전에 그의 공연을 한 번 보는 것이었다.
이미 그는 70을 넘긴 노인으로, 내 평생에 과연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이지 ‘그때 그 쇼를 아십니까’ 이후 최고로 눈물 젖는 공연이었다.
그는 트리오(3명이 함께 연주하는 형태)를 그의 음악의 이상향으로 삼고 수많은 트리오 형태의 음반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전형적인 Jazz Trio band 로 공연을 가졌다.
Trio의 형태로 라이브를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세 명 만으로 사운드를 채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설로 남아있는 트리오들은 모두 뛰어난 뮤지션이 모인 밴드였다.
(또는 볼륨 왕창 올리고 단순한 음악을 해서 사운드를 채우던가… 대표적으로 Green Day. 그래도 얘네는 라이브를 꽤 잘한다. Blink 182가 라이브하는 거 본 적 있나? 그 트리오는 ‘SES’나 심지어 ‘끌레오’보다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트리오의 신화 ‘별 셋’이 그리워진다.)
Jazz쪽은 말 할 것도 없고 Rock scene에서는 Jimi Hendrix Experience, Cream, BBA(Beck Bogert & Appice), Blue Murder, Rush등 당대 최고의 sesseion으로 이루어진 트리오가 Rock의 역사를 장식했다.
이번 달과 다음달에 걸쳐 이러한 트리오 몇을 음반 중심으로 소개하려 한다.
![]() Oscar Peterson |
1. Oscar Peterson ‘Oscar Peterson
+ 2 Bassists, Montreux ’77’
이 음반은 아름답다.
결코 잔잔한 소위 ‘cafe jazz’를 들려주는 음반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아름답다는 말 밖에 이 음반을 표현 할 말이 없다.
이 앨범은 앨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매우 특이한 형태의 트리오이다.
드럼이 없이 Double Double Bass를 시도한 실험적 음반이다. 사실 실제 연주에 있어서는 트리오라기 보다 듀오에 가깝지만, 어쨌든 밴드의 형태는 트리오이다.
피아노가 있는 Jazz Trio는 대개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세 명으로 이루어진다. 드럼 없는 Jazz Trio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앨범은 상상을 완전히 깨는 맛이 가는 재즈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할 것이다.
![]() Ray Brown |
Ray Brown은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던, 또 한 명의 거물 뮤지션이다.
어쿠스틱 베이스에 있어서는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주자이며, 또한 작곡가이다.
(알트만의 영화 ‘Kansas City’에서 ending credit 직전에 Double doulbe bass만으로 된 듀오 연주가 나오는데, 그 두 베이시스트 중 한 명이 바로 Ray Brown이다.)
그는 Standard뿐 아니라 여러 가지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기도 했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Niels-H. O. Pedersen은 두 거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꽤 젊고, 또한 조금 덜 알려진 인물인데, 재즈와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아 보이는 덴마크 출신으로, 사실 Oscar Peterson과는 꽤 오랫동안 함께했던 베이시스트이다.
이 앨범에서는 두 거장에 전혀 묻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참신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베이스가 두 명인 트리오라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가?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음반을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Trio에 관한 첫 이야기의 첫 앨범으로 꼽아보았다.
다음 달에 기다리고 있는 음반들은 Sonny Rollins ‘Way Out West’, Earl Klugh Trio vol.1, BBA의 BBA, Rush 등이다.
PS. 사건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씹고 또 씹는 글을 쓰다가 이런 ‘중후한’글을 쓰려니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참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예전의 글들이 그리운 분들은 ‘과월호 보기’를 클릭하시라.
언젠가는 예전으로 돌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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