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나 국제 운동 경기 등을 지켜볼 때 변함없이 들을수 있는 곡이 있다. 바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이 그것이다. 아리랑은 바로 우리민족의 노래, 즉 민요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삶 속에서 노래와 춤을 즐겼다. 일을 끝내고 한바탕 놀 때는 물론, 여럿이 힘을 모아 일을 할 때도 신명나는 노래와 풍물(꽹과리, 징, 장구, 북) 장단이 빠지는 법이 없었다. 이런 노래들을 ‘민요’라 칭하는데, 민요란 한 민족이 살아가면서 가지는 고유한 정서를 그 민족만의 고유한 형식에 담은 것으로 민중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불려지는 특징을 가졌다. 개념적으로 볼 때, 민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여럿이 만들거나 혼자서 만든, 비전문적인 서민의 노래이자 문학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민요가 언제부터 불리우기 시작했고, 또한 어떤 형태를 지닌 노래였는가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그것은 민요의 특성상(민중들의 노래라는) 악보나 문자로 남겨지기 보다는 구비전승에 의존해서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요가 옛 사람들의 삶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고 많이 불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민요의 내용이나 리듬이 부르는 사람들의 생활체험이나 일의 리듬과 일치한다는 데 있다. 민요를 부르면서 일을 하게 될 경우 규칙성이 생겨 일 자체가 덜 힘들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 단결력이 높아져 생산력을 높일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즐겁게 된다. 이처럼 민요는 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았던 옛사람들의 삶을 반영해주고 있다.
민요는 많이 분화된 형태를 보이는데, 그 시작은 노동요(방아타령, 김매는 소리)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고, 점차 의식을 거행할 때 쓰이는 의식요(지신밟기, 상여소리, 달구질 소리), 놀이요(강강술래, 널뛰기 노래)로 나뉘어 갔다.
민요의 종류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통속민요와 토속 민요가 그것인데, 그 기준은 ‘전파 정도’와 ‘세련미’다. 통속민요는 넓은 지역에 퍼져서 음악적으로 많이 세련된 민요를 말하는 것으로, 음악적인 짜임새나 사설 구성이 잘 되서 주로 전문 소리꾼들이 부르는 것이다. 이에 비해 토속민요는 어느 한 지역에 한정되어 불려지고 있는 민요를 말하는 것으로, 사설이나 가락이 비교적 소박하고 향토적인 특성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민요이다.
우리가 민요를 부를 때 각 민요마다의 특성을 느낄수 있는 가장 큰 대목이 바로 장단이다. 장단은 말 그대로 박자라고 할 수 있는데, 민요에 사용되는 장단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중모리(12/4박자의 약간 늦은 장단으로 ‘아리랑’ 등에 쓰임), 중중모리(중모리보다 조금 빠른 장단), 자진모리(중중모리와 같은 형식의 장단이나 보다 빠르고 자유롭게 진행. ‘액맥이 타령’ 등에 쓰임), 굿거리(민요에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 장단으로 ‘사랑가’ 등에 쓰임), 양산도(세마치) (굿거리 장단과 함께 민요의 주를 이루고 굿거리 보다는 약간 빠르게 진행 ‘진도아리랑’)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진양조, 덩더쿵, 타령 등의 장단들이 있다.
민요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민요 자체가 삶 속에서 생겨나서 자리잡고 퍼진 노래이기 때문에 가르쳐주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없었다는 점, 그리고 전문 예능인들에 의한 지역간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강한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지역적 구분에 의한 민요의 분포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서울, 경기 지방의 민요를 경기민요(천안삼거리, 아리랑, 노래가락, 도라지타령, 군밤타령 등등)라 하고,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의 민요를 서도민요(수심가, 몽금포타령, 자진염불 등등), 태백산맥 동쪽의 강원도, 함경도, 경상도 지방의 민요를 동부민요(정선아리랑, 한오백년, 강원도 아리랑, 쾌지나 칭칭나네 등등), 제주도 지방의 민요인 제주민요(오돌또기, 타작 노래, 제주 베틀가 등등)라 한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민요를 구분하긴 하지만, 전라도에 반드시 전라도 민요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민요권을 구분할 때 각 민요의 음악어법, 즉 ‘토리’에 의해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위의 의견에 의하면 경토리로 된 민요를 경기민요, 수심가토리로 된 민요를 서도민요, 메나리토리로 된 민요를 동부민요, 육자배기토리로 된 민요를 전라도 민요, 제주도토리로 된 민요를 제주민요로 각각 구분 한다.)
형태별로 구분된 민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노동요이다. 노동요는 부르는 방식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우선 한 사람이 의미있는 노랫말을 넣어 소리를 메기고 나머지 여러 사람들이 의미없는 후렴으로 받는 ‘메기고 받는’ 형식, 일을 하는 사람들이 두 패로 나뉘어 서로 의미있는 노랫말을 번갈아 주고 받으며 노래하는 ‘주고 받는’ 형식, 마지막으로 모두 한꺼번에 같은 노래를 하거나 한 사람이 독창을 하는 ‘제창’ 형식이 그것이다.
과거에 풍성했던 우리민요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를 계기로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오늘날 민요는 우리민족의 정서를 대변했던 민초들의 노래라기 보다는 씨름판이나 큰 행사장에서나 들리는 ‘통과의례’로서 찬밥 신세가 되어 버렸다. 민요가 이처럼 ‘과거의 노래’가 되어 버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 경제 체제의 변화로 인한 생활 양식의 변화와 대중매체에 의한 대중가요의 양산, 외래음악의 도입으로 인한 미의식의 변화와 문화 사대주의 그리고 서양음악 중심의 음악 교육, 제도 등…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의 문화적 현실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동고동락했던 민요를 지금은 명절 때 씨름판에서나 들을 수 있게 되어버린 걸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결과로 돌려야 할 것인가? 교과서 속에 박제되어 버린 채 남겨진 민요들만으로 우리의 전통을 그래도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고 자위해야 할 것인가?
숙제는 남겨진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의 것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당위의 감정만이 아니라, 민요가 삶 속에서 자연 발생한 우리 고유의 정서와 정체성의 뿌리라는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문화 사대주의가 아닌 주체적인 외래문화의 수용을 위해서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아끼는 노력의 필요성은 아무리 역설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문제니까 말이다. 더 이상은 우리 자신의 문화유산의 매력을 외국인들이 먼저 토로하거나, 그 앞에서 우리 자신의 무지몽매함을 탓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이젠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 어린 지식을 길러가야 하지 않을까. 너무 늦기 전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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