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음악은 빠른 유행에 의해 변화되어 간다.
이에 비해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자신들의 음악색깔을 어떤 흐름과도 상관없이 일관되게 유지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언더그라운드에도 유행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유행에 따라서 그때 그때 밴드들이나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자신들의 음악 색깔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세대가 교체되는 것을 가리킬 뿐이다.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계에서도 이런 흐름을 찾아 볼 수 있다.
80년대말에는 우리나라에서 정통 헤비메탈이 강세를 보였었고, 그 시대에 정통 헤비메탈 음악을 듣고 자랐던 세대들은(20대 중반 이상) 지금 자신들이 연주하는 음악도 그런 음악인 경우가 많다(물론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90년대 들어 정통 헤비메탈 음악의 힘이 약해지고 우리나라에서는 클럽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져 힘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라이브 클럽들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장르가 강세를 보였었는데 이것이 바로 90년대 중반 이후에 펑크이다.
그러다가 90년대 말부터 다시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세대가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는다. 지금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서 펑크의 세력이 조금 약해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았던 하드코어라는 장르가 힘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떤 장르보다도 많은 밴드들 이 생겨나고 있고(하드코어라는 장르에 신인밴드들이 많다는 것은 곧 그 장르의 발전을 뜻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도 선호되고 있다.
정통하드코어 음악을 하는 밴드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통 하드코어 밴드로는 ‘힙포켓’, ‘서울마더스’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씬에서는 이런 정통 하드코어 보다 하드코어에 하이브리드(Hybrid – 여러 장르를 혼합해서 만든) 형식으로 다른 장르를 섞은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드코어 음악은 다른 장르보다 크로스오버 형식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음악이고, 지금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다양한 하드코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
힙합과 하드코어, 테크노와 하드코어, 펑크와 하드코어, 스카와 하드코어, 싸이키델릭과 하드코어 등 만들면 장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가지 장르가 시도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하드코어 장르가 하드코어에 힙합을 가미한 힙합코어이다.
지금 오버그라운드에서도 힙합은 10대들 위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그래서 하드코어에 그들이 좋아하는 힙합을 섞어서 만든 음악이 락음악을 듣는 신세대에게 신선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힙합은 곧 댄스음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비트가 조금 약했던 단점이 있었다면 힙합코어는 그런 약점을 보완한 강한 비트의 힙합이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는 물론 주류음악계 쪽에서도 지금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음악이 되었다.
힙합코어를 다루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만 하더라도 여러밴드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Junkie, Dr. core 911, 청년단체, 펄럭펄럭 등이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씬에서 십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성장해 가고 있다.
그밖에도 테크노에 하드코어 음악을 접목시킨 ‘Loop’, 스카와 펑크를 하드코어에 접목시킨 ‘리얼썅놈스’, 스카음악과 여러가지 음악을 하드코어에 접목시킨 ‘앤’ 등 많은 밴드들이 하드코어 밴드들의 예이다.
지금 여기에서 언급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팀들 중에도 하드코어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씬에는 많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고 있다.
펑크 음악이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의 모든 것인양 취급됐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메이저에서 보는 좁은 시각에서의 언더그라운드씬은 펑크로 대표되고 있는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언더씬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조용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태풍이 되어 언더와 오버를 섭렵해 버릴 큰 힘을 낼 잠제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로 발전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