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음악제… 락 컨테스트라고 명명됐던 행사들.
MBC Rock 음악제, 톰보이 락 음악제 등 여러(?) 행사들이 계속 되어졌다(그 밖에도 적은 규모의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락 음악제 등도 있다). 이런 행사들의 취지는 젊은이의 문화로 대표되는 락 음악의 인재들을 등용해서 그들을 알리고 앨범까지 발표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행사들의 처음 취지와는 달리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락 음악제 출신의 밴드들도 지금 이렇다 할만하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가 없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톰보이 락음악제 대상 출신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했던 노이즈가든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으니까…
락 음악제 출신의 밴드들의 사후관리라고 해봐야 옴니버스 앨범 한 장 내주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것도 구색 맞추기 식의 앨범이었지 그에 관한 홍보나 팀의 소개 쪽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락 음악제에 한 번 나갔다고 해도 활동에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던 밴드들은 거의 해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권위 있는 락 음악제 행사들이 좀 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거기에서 입상한 밴드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잘 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고작해야 2회, 3회 이어지는 정도였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락음악제가 없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이 계속 이어져 오는 메이저의 음악제들이 부러울 따름일 뿐.
락 음악제라는 단어를 잊어가고 있는 요즘.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자유정신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오던 ‘쌈지’와 인터뷰 잡지 ‘다’의 주관으로 락 음악제 행사가 열렸다. 언더 락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행사가 열리는 것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고, 어떻게 진행될 것 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쌈지 락은 어떻게 치루어졌나….
락 컨테스트 형식이라는 컨셉을 잡고 아직 앨범을 내지 않은 아마추어 밴드들의 예선을 거쳤다.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밴드들의 1, 2차 예선이 벌어지고 1, 2차 예선을 통과한 밴드들이 최종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락 컨테스트로서의 락 음악제가 순서대로 행해지는 것 같았다.
예초 계획은 1,2,3위로 팀을 뽑을려고 했으나 2차까지의 과정을 통과한 팀들이기 때문에 전 팀의 옴니버스 앨범 제작을 하기로 하고, 순위에 상관없이 공연을 진행하기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내용의 발표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신인들의 등용문 형식을 취하기로 한 행사의 취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연은 메인 무대와 서브 무대를 설치해 메인 무대는 초청 밴드들의 공연, 서브 무대에서는 예선을 거친 신인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중간에 자투리 시간을 없애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초의 계획이었던 신인 발굴에 중점을 둔다기 보다는 점점 메인 팀들의 공연에 신인 팀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인 무대의 나무랄데 없는 조명과 스피커들에 비해 서브 무대는 너무나도 초라했기 때문이다. 무대 자체가 너무 좁았고, 높았기 때문에 아무리 신인 밴드라고 해도 그들이 공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무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메인 무대의 공연을 보러 앞쪽에 모인 관객들을 서브무대의 약한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게 하기는 힘들었고 무대 앞에 모인 관객들은 신인들의 공연이 그냥 잠시 쉬는 시간정도로 밖에 여기지를 않다.
이렇게 된다면 당초 취지였던 신인 발굴을 위한 락 컨테스트 형식의 음악제라고 하는 컨셉이 너무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에는 누구라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이 락 컨테스트 형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이 몇 명이나 될지 마저 의심스러울 따름이었다.
무료로 락 음악제라는 좋은 공연을 준비한 것은 정말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처음 순수했던 취지에서 상당부분 선회했다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본다면 이번 공연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찾아보기 힘든 좋은 공연 이었다.
대부분의 큰 공연이 진행상의 문제, 시스템과 관객들의 문제에 때문에 의도와 달리 좋지 않게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았던 반면, 이번 공연은 무대와 밴드, 주최측과 관객들이 별 무리 없이(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이다)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행사는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이 회를 거듭하면서 락 컨테스트라는 당초의 취지에 가깝게 공연을 기획하고 추진해 간다면 전례없이 성공적인 락 페스티발로 이어져 갈 것이라는 희망은 안겨준 공연 이었다.
이번 공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많은 매니아 뿐만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락 음악을 알리고 자유를 알리는 목소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1회의 성공으로 끝나지 말고 이번 공연과 같은 좋은 행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우리나라의 락 음악도 그 내실만큼 빛을 바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