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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11. 25. 저녁
어디서 :
홍대앞 오뙤르 Auteur
누가 :
블루노이즈 강이경, 정은영, 강아지 문화/예술 변영삼, 음악평론가 성우진이…
뭘 :
1990년대 후반, 1999년에 일어났던 인디 음악계의 변화, 여러가지 현상들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블루노이즈(이하 “블”로 표기) : 흔히 얘기하는 인디 음악씬의 역사는 불과 몇 년이라고 할 만큼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몇 년 사이에 각각의 씬을 형성할 만큼 양적인 면에서는 그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인디 씬이다.
다 아는 얘기겠지만, 90년대 후반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출현했고, 인디 앨범의 양적인 팽창이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본다면 그 속에서 어떤 편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떤 대안이나 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기 계신 분들은 인디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들이시고, 그렇게 때문에 할 말이 많으리라고 본다.
성우진(이하 “성”으로 표기) : 어쨌든 한국의 락 음악이라는 것이 헤비메틀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나온 것은 86년도 부터가 공식적인 연도일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흐름을 쭉 봐온 세대로서 걱정되는 거라면, 이게 거품 현상이 굉장히 심하다는 것이다.
과연 지금이 흔히 매스컴에서 말하는 “락의 중흥기”인가?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인디 락은 철저하게 매스컴의 꼭둑각시나 장식품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거다. 메이저 매스컴의 어떤 소재거리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인디의 현실이라고 본다.
걸핏하면 “인디 락의 실체를 파헤친다” 운운 하는 식의 프로에서 기껏 다루는 것이라곤 ‘인디 레이블’이나 ‘드럭’ 정도이다. 제대로 다루지조차 못한다.
그리고, 앨범으로 나온 밴드의 음악은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격감하지 않았나 한다. 인디 앨범의 희귀가치가 줄었다. 스스로 제살깎아 먹기다. 일부 너무 조악한 앨범에 대해서는 신경질이 날 정도다. 장수는 늘게 될 지 모르지만 그건 인디 앨범 시장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 인디의 스타 밴드라고 얘기되어지는 밴드들도 과연 그들이 그럴 만큼의 실력을 갖추었는가? 매스컴의 과대광고는 아닌가? 그런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클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세한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장비 문제나 밴드의 처우 문제등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전의 락씬이 오히려 나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락의 중흥기라고 하지만 하나의 밴드 이름을 걸고 큰 공연을 벌일 만한 밴드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본다.
블: 강아지 문화예술의 경우, 여자 화장실, 인디레이블, 드럭, 캬바레 등 여러 인디레이블 중에서도 나름의 내용을 꾸준히 만들어 온 케이스다. 인디 앨범이라고 해서 음질의 조악함이라든가 그런 것이 더 이상 변명거리로 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강아지는 그런 부분에서 모범이 되어왔다. 강아지의 경우도 지금의 인디 음악씬을 바라보면서 고충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색깔로 이뤄져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 속의 강아지 밴드들이지만, 다른 밴드나 다른 클럽의 상황과 맞물려져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변영삼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변영삼(이하 “변”으로 표기) :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우진씨도 말씀하셨듯이, 클럽도 그렇고, 변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야 90년대부터 활동을 하던 세대이고(주: 현재 강아지 문화예술의 대표는 예전 모 밴드의 리더셨답니다), 어떻게 보면 홍대 앞 밴드 1세대라 불리우는 그런 세대인데, 강아지 일을 하면서 현재 밴드들이 양적으로 많아진 것을 느낀다.
데모를 보내오는 걸 보더라도 수적인 부분에서나 질적인 부분에서나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디 음악의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면에서 그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 음악을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늘었다는 것도 그렇고…
인디 레이블이라는 것이… 굳이 얘길 하자면 딴 거 없이 음악 자체만 보장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개념도 아니고, 밴드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에 상업적인 마인드로 손대거나 하지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음악을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인디 레이블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강아지에서 라이센스하는 미국의 인디 밴드 “심Seam”의 경우에도 미국의 메이저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자기들 나름대로 인디 레이블까지 설립해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는데… 국내 앨범 시장을 본다면 인디 음악이 시장을 형성하기엔 아직 미흡하다.
작년의 경우 IMF가 터지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인디라는 것을 찾고, 이슈화시켰지만, 올해의 경우 그마저도 싫증이 났고, 인디 자체도 침체된 분위기였다.
성우진씨가 얘기했듯이 밴드는 많아졌지만 꼽을만한 밴드도 몇 안되고, 음반판매량의 경우도 그 선에서 침체되어 있고, 인디 레이블들은 열악한 상황이고… “인디”라는 것이 하나의 거품이었다가 그 거품이 빠지는 시기가 지금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지금 시기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
저변이 확대됐다는 것, 인디 밴드, 클럽, 팬들의 양적인 팽창이 인디 씬의 발전에 바람직한 쪽으로 기여했다고 본다. 양적인 팽창이 있은 후에는 질적인 발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홍보라는 현실적인 여건들이 먼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클럽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들도 조금씩 되고 있다고 보고…
밀폐된 공간에서 불을 붙이면 불이 타다가 사그러들어 꺼지는 시점이 오는데, 이 때 바깥에서 벽을 깨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면 불은 폭발할 듯이 타오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엔 내년 후반기를 넘고, 일본 문화 개방 등의 변화가 닥치면 인디 씬이 침체기를 극복하고 나름의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디 앨범 시장확대를 그 시점으로 본다면, 강아지는 그동안 앨범 제작의 노하우를 계속 쌓아가고, 나름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런 일을 하고 있고.
어쨌든 전반적으로 더 다양해지고 재밌는 것들이 더 많이 생겨났던 게 올해였던 것 같다.
블 : 기본적으로 성우진씨의 말씀과 변영삼씨의 말씀에 동의를 한다.
그리고, 양적인 팽창이 어떻게 보면 저변 확대라는 변영삼 씨의 말에 동감한다.
그런데, 매스컴에서 부풀리는 “인디”라는 게 이용을 당하는 측면은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시청자 혹은 일반 대중들 역시 획일적인 문화, 음악에 식상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팔릴만 하니까 인디를 이용했다고 생각한다면, 인디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겠는가?
성 : 그런 측면은 있다. 그런 측면은 있는데, 그게 과연 어느 선까지 인디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은 일본 문화 개방인데, 물론 아이돌 스타가 먼저 들어올 거고, 대형 스타 공연 등을 거쳐서 음반 시장이 풀리겠지만, 어쨌든 일본의 실력 있는 락 밴드들에 대할할 만한 것은 지금 주류 음악권 내에 있는 가수들이 아니라 “밴드”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려되는 것은 요즘 밴드들의 마음이 너무 급하다는 것이다.
노력에 비해서 빨리 뜨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옛날 헤비메틀 선배들의 경우와 비교가 된다. 적어도 그들은 실력연마나 무대매너 등을 오랜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준비를 했지만, 요즘에는 검증 없는 밴드의 앨범이 나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밴드들이 공중파 등에 나갔을 경우 부딪치는 난항은 “현명하지 못함”이다.
가사의 경우도 만일 계속 인디에만 머물러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다르게 했어야 했다.
문화게릴라도 아니고… 생각 없이 냈던 앨범이 가사 때문에 방송 금지되는 상황이 바로 준비없는 밴드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게 안타깝다.
지금 뜨고 있는 젝스키스나 H.O.T의 경우, 이들은 댄스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신종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멜로디나 리듬은 바로 인디 락 씬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다. 락 씬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조합해서 거기다 트롯트만 약간 가미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노래의 간지들은 다 만들어 놓고 그걸 빼앗기고 있으니 억울하지 않은가. 무대 매너나 이런 것들도 인디에서 만들어 놓고 이용당하고 빼앗기고만 있는 것이다.
메이저 쪽의 구태의연한 시스템도 문제지만 인디의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다.
제대로 홍보도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디쪽에서 앨범만 줄줄이 나오는 것도 문제다. 메이저와 붙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앨범이 현재 과연 몇 장이나 될 것인가?
방송이 불가능한 인디 앨범이 주류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은 없다.
목표를 확실하게 하고 쓸데없는 오기를 버려야 하는 게 지금 인디 밴드들의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모함을 버려야 한다.
‘가요’라는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금 인디 씬 내의 밴드인데, 그런 가능성을 가진 것이 결국 밴드밖에 없는데, 스스로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
블 : 인디 음악이 주류 음악권으로 진입을 해 가요 시장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인디에서 인디로 머물지 않고 주류로 가야하는 팀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들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지금 클럽 씬에 존재하는 수많은 밴드들은 보면 그 나름대로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많은 밴드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고 있고, 영세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클럽들이 문을 열기도 한다…
성 : 그 부분은 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공연장에 가보면 더 느끼겠는데, 팬들의 자세라고 할까, 저들이 과연 음악을 들으러 왔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 놀기 좋은 팀의 공연이 아니라면 듣는 자세조차 안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뮤지션이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좀 더 튀는 모습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블 : 클럽을 가보면, 사람이 아주 많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람이 거의 없고 심한 경우엔 2명, 3명 밖에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관객수가 대부분이다…
정은영(이하 “정”으로 표기) : 사람이 많은 경우 역시 다양한 밴드를 보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 잘하는 밴드 하나만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보려고 했던 밴드의 공연이 끝나면 우르르 나가는 일도 다반사이다.
성 :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간다기 보다는 스트레스 해소나 춤추러 가기 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 : 예전에는 실력이 좋고 잘하는 밴드가 최고였는데…
성 : 요즘에는 잘 놀게 해주는 밴드가 최고다.
정 : 밴드 전체의 수가 많으니까 일단 사람들을 끌어야 살아 남는다.
변 : 그것도 어쩔 수가 없는 게, 음악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생각들이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심지어 메탈리카가 팝을 쓰고, 사운드가든이 팝을 하는데… 인디 씬에서도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게 힙합, 그리고 하드코어, 펑크인데…
성 : 만일 노이즈 팝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있다면 들으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정 : 하는 사람도 없다.
변 : 그래도 지금 음악하는 친구들은 우리가 메틀의 속주나 예전 음악의 복잡한 것들이 아니라, 너바나부터 듣고 간단하고 단순한 연주에서 출발해서 그런 것들을 하니까, 그런 것도 어떻게 보면 자라나던 시절에 영향 받은 것들이니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블 : 80년대에 음악 했던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던 블랙사바스라든지, 레드제플린이라든지, 딮퍼플이라든지, 이런 뮤지션이 아니라 너바나 세대의 얼터너티브 락의 영향을 받은 팀들이 있다면, 인정을 해 줘야 할 부분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존재했고, 그런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연주의 테크닉이나 기교가 아니라, 음악 속에 담겨진 느낌이나 담아내고 싶은 감정 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정 : 지금은 실력만을 중요시하는 밴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실력을 외면하고 단순히 느낌만을 중요시하는 밴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양쪽으로 분화되어 존재하는 양상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정리되어 나름의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지금은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에 혼란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블 : 혼란기고 과도기다. 예측할 수 없는 돌출상황 역시 많이 생긴다.
성 : 초기부터 봐왔지만, 락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뭉치지 못한다는 것, 연대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음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뮤지션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 자신들의 불이익에 대해 뭉치는 게 불가능하다.
변 : 그건 뮤지션 각자의 자존심 때문에…그런 것도 있을 것 같다.
성 : 인디 내에서 나름의 카르텔을 형성한다면 충분히 주류를 엎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변 : 매체 자체가 점점 디지틀화 된다는 것을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
방송이나 잡지, 신문도 점점 웹상으로 빠지고 있고… 회선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큰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 : 그런데, 인디가 구축해놓은 것들, 아이디어, 소스 이런 것들을 공중파나 메이저에서 쏙 빼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용당하기만 하지 말고 먼저 확실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매체가 디지털화 된다는 것은 인디에 유리한 방향이지만, 이미 멋모르고 자신들의 음악 파일을 무료로 줘버린 밴드도 많고… 더 이상 그런 식으로 하지 말자는 거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얘기하고 뭉칠 자리가 많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공중파 방송에 인디 음악이 제대로 자리잡기만 해도 아주 많은 것이 달라질 거다.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그리고 또 한가지는 밴드, 제작자, 기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인 수요자인 팬들이 바뀌어야 인디가 산다.
블 : 지금까지 성우진씨가 얘기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주류와 인디의 경계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낸 것이다. 인디의 전체적인 흐름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기 위해서는 분명 그런 외부와 내부의 경계에 선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정은영기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인디 씬 내에서 일을 해왔는데, 그래서 성우진씨가 숲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정은영씨는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정 : 지금 분위기상으로는… 물론 성우진씨가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성우진 씨 의견의 전체적인 큰 줄기에는 동의한다.
직접 공연을 보고 그러면 달라진 ‘팬’의 입장과 밴드의 자세 등을 이해하게 되는데…
우리가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부분과 다른 게 많다.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우진씨의 말씀이 맞다.
하지만, 그걸 단순히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성 : 자기 취향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취향을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이 생략된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 존재하는 음악밖에 모르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가 모르는 외국 곡을 부르고 나서 “이 곡은 제가 좋아하는 레드 제플린의 노랩니다”라고 할 때에야 아, 그런 뮤지션도 있구나, 사서 듣자라고 하는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적어도 락 음악을 좋아한다면 락 음악의 뿌리부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음악들은 찾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인 조건이 안 좋다는 문제가 있다. 젊은 친구들의 용돈에 비해서 앨범 값은 무지하게 비싸다. 옛날에는 음질은 열악했지만 백판이라는 것도 있었고…
어쨌든 고루고루 많이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나의 기호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는 식의 편협성은 정말 위험하다.
블 : 처음에 얘기를 시작할 때는 단순히 90년대 후반의 인디 음악의 변화에 대한 의견을 기대했었는데, 이야기의 범위가 다소 넓어진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좀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어느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일도, 특정한 단체의 노력으로 되는 일도 아니겠지만 조금씩 지혜를 모아내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성 : 다 잘하자고 하는 것인데… 그런데 정말이지 인디 쪽 사람들의 힘이 모아질 필요는 있다.
변 : 지금은 과도기기 때문에 이 상황이 정리되면 어떤 식으로든 인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를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차근차근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 : 어떤 방식으로든 저변확대가 되고 있다는 측면은 바람직한 것 같고, 이런 식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도 그 중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몸집을 불려가다 보면 그 가운데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본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90년대 인디계의 변화들은 바람직했던 것 같고, 앞으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블 :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