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하이브리드라니 대체 어떤 음악을 말하는 거야?”라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은 그냥 쉽게 “짬뽕 음악”을 일컬어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어찌하여 짬뽕인지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1956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 당시만해도 파격적이고 음란하기까지 했던 “허리 흔들기”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끈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락큰롤에는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펑크, 글램락, 하드락, 헤비메틀, 포크 락 등이 선을 보였으며 각각의 장르들은 수많은 서브(하위) 장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90년대가 훌쩍 지나가고 있는 지금, 누군가의 말처럼 장르를 나눈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며 평론가들이나 하는 권위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냥 음악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굳이 이게 하드락인지 헤비메틀인지, 트래쉬인지 데스인지…를 구분해 가면서 들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과거 한 장르의 음악에 집중을 하던 음악 팬들의 추세와는 달리, 요즘의 음악 팬들은 장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구미와 취향에 맞는 음악이면 어느 것이나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자기가 들어서 좋은 음악이 좋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동시에 리듬 앤 블루스, 하드코어, 펑크, 얼터너티브 그리고 댄스까지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과거 필자가 처음 음악을 접할 때만해도 L.A Metal과 스래쉬 메틀을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은 일종의 별종취급을 받았다.
이제부터 다루고자 하는 하이브리드는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한 세대가 만들어내는 음악의 한 형태이다. 다양한 재료를 써서 요리를 하면 재료의 맛이 교묘히 섞인, 전혀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듯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만드는 음악에는 개인적인 취향이 복합적으로 조화되어있는 특이한 맛이 담기는 것이다.
그럼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라는 음악은 어떤 사운드를 가리키는 건가요?라고 한다면 그 답은 조금 애매해진다. 글의 서두에 설명했듯이 하이브리드는 “짬뽕 음악”을 가리키는 것이기에 이 음악의 전형적인 사운드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짬뽕의 맛은 기본적으로 정해져있지만…
조금 쉽게 설명을 해볼까. 먼저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의 데뷔 앨범을 예로 들어보자. 이 앨범은 하드코어라 뭉뚱그려 설명할 수도 있으나, 랩과 락의 하이브리드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하이브리드 락 밴드인 앤의 앨범을 보자. 앤은 Punk와 하드코어뿐 아니라 Funk와 레게등이 다양하게 섞인 자신들의 음악을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락과 블루스 그리고 Funk가 섞인 하이브리드도 있고, 불가리아의 민요와 컨트리와 재즈 그리고 스피드 메틀이 섞인 하이브리드도 있다. 현재 외국에는 이렇게 하이브리드적인 요소를 가진 팀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너무 다양하고 너무 많으니 그냥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섞으면 나오는 건 뭐든지 하이브리드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고 편안하게 생각하시기 바란다.
허나, 우리나라에는 하이브리드적인 색채를 띈 음악을 하는 팀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밴드들이 만들어내는 노래는 “하드 코어”, “펑크”, “모던 락”이라는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밴드고유의 색깔이 담긴 독특한 음악들이 될 것이다. 음악을 접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팀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을 통해 여러 장르의 음악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미 여러 장르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밴드에 따라 어떠한 모습을 띄고 나타나는 가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