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4월 16, 17일에 클럽 ‘타임투락’에서 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일본의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해소시키고 하나가 되자는 취지에서 이날 공연의 테마는 ‘윤동주’라는 항일시인으로 잡았다”
이런 취지에 부합되게 이번 공연에서는 많은 일본과 한국의 밴드들이 윤동주님의 시로 곡을 만들어 부르고 하나가 되고자 하는 노력들을 보여 주었다.
공연 시작 첫날
이날의 공연은 일본의 블루스 밴드 ‘Mash’, ‘Third Time Lucky’와 우리나라의 ‘Blues Pak’, ‘토 미김 블루스 밴드’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공연 시작 시간으로 예정된 7시 30분이 되기전에 타이투락에 도착했다.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취재진과 리허설을 하고 있는 밴드들에 비해 관객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 였다. 오늘 공연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초조함으로 공연 시간이 가까워 올 때까지 관객들을 기다려 봤지만 7시 30분이 넘을 때까지도 한두명의 관객과 스텝들, 밴드 관계자들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예정시간이 지나고 7시 50분이 됐을 때 일본의 3인조 블루스 밴드 ‘Third Time Lucky’가 무대에 올라가 셋팅을 시작하고 공연 시작을 알리는 조명이 꺼졌다.
첫번째 밴드 ‘Third Time Lucky’공연을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마음과는 달리 첫밴드가 한 곡 연주를 끝낼 때 즈음에는 타임투락의 좌석이 꽉차고 서 있는 관객들이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첫 팀의 보컬은 2곡이 끝나자 어색하지만 비교적 유창한 한국말로 공연을 하게 돼서 기쁘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멘트를 하고, 윤동주님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서 만든 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한국의 6인조 블루스 밴드 ‘Blues Pak’이 공연이 계속 됐고, 이들은 대부분의 곡들의 가사를 윤동주님의 시로 만들어서 불렀다. 세번째로는 우리나라의 3인조 블루스 ‘토미 김 블 루스 밴드’, 일본의 4인조 블루스 밴드 ‘Mash’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날의 공연은 블루스 밴드들로 이루어졌던 공연이라서 그런지 주제와 의미는 좋았지만, 분위기에서는 어떤 뚜렷한 변화를 느낄수는 없었다. 우리음악과 일본음악을 통해서 앞으로 두 나라와 또 다른 여러나라들이 하나가 될 그날을 기원하면서 조용한 시작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느낌을 받은 공연 이었다.
공연 둘째날
이날은 일본의 ‘Faith’, ‘Kappa’, ‘Captain Black’과 우리나라의 ‘노이즈 가든’, ‘A-quarter’ 등 하 드코어와 헤비메탈 위주의 팀들로 스케쥴이 잡혀 있었다.
전날의 조금은 조용했던 분위기가 이어질 지 아닐지 첫날보다 조금은 더 기대되는 마음으 로 타임투락을 다시 찾았다.
이날 공연은 7시로 예정 돼 있었고, 그래서 6시 50분쯤에 타임투락에 도착했지만 입구에 들어가서야 공연 시간이 7시 30분으로 늦춰진 걸 알 수 있었다. 관객들이 항상 조금 늦는 걸 감안해서 공연시간을 늦췄는지는 모르지만 예정한 시간대로 공연을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타임투락으로 들어섰다.
전날보다 적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고, 이날은 하드코어와 헤비메탈 위주의 공연이어서 그런지 관객들이나 밴드 관계자들도 나이대가 훨씬 어려보이는 사람들이었고, 전날 타임투 락에서 공연했던 일본밴드들과 한국밴드들도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모두 와 있었다.
공연 시작 시간 7시 30분이 되기 조금 전부터 한두명의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7시 40 분이 되어 첫번째 밴드 ‘A-quarter’가 공연 시작을 위한 셋팅을 하고 있을 때쯤 많은 관객들 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타임투락의 좌석을 메꾸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일 정 도로 관객이 들어오자 첫팀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팀이 정통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팀이어서 그랬는지 슬슬 분위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팀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은 일본의 ‘Kappa’라는 팀이 무대에 올랐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하드코어 음악을 하는 팀이었고, 퍼포먼스에 가까 운 무대매너를 보여주는 팀이어서 이들이 두번째 곡을 연주 할 때쯤에는 20명 정도의 관객 들이 무대앞까지 뛰어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많은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모이고 분위기가 뜨거워 질때쯤 세번째 팀인 일본의 ‘Faith’가 무대에 올랐다.
글램락을 연상 시킬정도의 외모로 전형적인 Japanese Rock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의 공연이 진행되자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 사람 할 것 없이 함께 섞여서 헤드벵잉을 하고 춤을 추는 하나의 분위기가 됐다. ‘Faith’ 의 보컬은 곡 중간 멘트에서 “We are friends” “I love Korea so much”를 연발하며 같이 즐거워했다.
30명이 훨씬 넘는 관객들이 앞에 나와서 춤을 추고 즐거워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때쯤 우리나라의 인기밴드 ‘노이즈 가든’이 무대에 올랐다.
한창 고조된 분위기에서 올라온 ‘노이즈 가든’의 첫곡이 시작되자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뛰 쳐나왔고, 뒤에서 구경만하던 사람들까지 일어나서 춤을 추고 이 날 공연의 하일라이트를 만들었다. 시간관계상 앵콜을 받지 않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계속되는 앵콜로 ‘노이즈 가든’이 앵콜곡을 부르고 무대를 내려갖고,
이들의 무대가 끝나자 이번 행사를 주최한 타임투락의 추교진씨와 전날 공연을 했던 ‘Blues Pak’의 기타리스트 이승재씨가 올라와서 이번행사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멘트를 하고 무대를 내려간 뒤,
이번 공연의 마지막 팀인 일본의 블루스 락밴드 ‘Captain Black’이 무대를 이었다. ‘Beatles’ 의 곡 를 카피하는 중간에 이들은 조용필의 를 연주 했고, 한참 열기가 오른 사람들은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같이 즐거워했다.
이들의 무대에 이어 한국밴드와 일본밴드가 함께 연주하는 자리가 이어졌 다. ‘Captain Black’과 ‘Blues Pak’의 보컬이 ‘Led zepplin’의 을 불렀고, 밴드 뿐만 이 아닌 관객들까지도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췄다. 이번 공연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공연은 재일교포인 ‘Third Time Lucky’의 보컬과 타임투락이 공동으로 한국과 일본의 인디 음악 교류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이루어진 행사였다. 앞으로도 이 공연은 1년에 두번 정도 이루어질 계획이고, 앞으로도 일본 뿐만 아닌 동남아나 영국의 인디 밴드들과도 교류를 추진 중이다.
생각보다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행사를 주최한 타임투락의 추교진씨는 “흥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본과 한국 나아가서는 세계의 인디 음악과의 교류를 위한 물고를 텄 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음악” 그것은 국경을 초월하는 정신이고, 인디라는 정신 또한 그렇다. 클럽 합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일본문화개방 붐이 일고 있는 지금 아직은 불법이라는 오 명하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었던 공연이었지만, 앞으로도 이 행사는 계속 될 것이고, 음악 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동안 서로에게 쌓여 있었던 감정들을 풀어나가고자 했던 노력이 그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램이다.